인생은 세월과 함께 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흘러가 버린 것들이니까요.
사람도 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도, 세월 따라 흘러갑니다. 한때 품었던 꿈도 흘러가 버립니다. 미워했던 사람도 세월은 씻어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유 없이 떠나가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세월은 내 의식에서 사라지며 없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꿈은 모든 게 시간과 함께 흘러가버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 사람은 없고, 그 친구도 없고, 그 꿈도 없습니다.
그래서인가요. 누군가가 말하길,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그것도 아주 허름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알 겁니다. 어색하고, 낯설고, 춥고, 외롭고, 잠은 오지 않고, 바람소리 들리는, 낯선 여인숙의 하룻밤….
어쩌면 우리가 사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주 짧고 낯설게 가버리는 세월…. 하지만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내가 품었던 꿈의 기운, 내가 애썼던 노력의 정신,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지만 그 마음은 남아있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며들고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시절이 흐르고 있네요. 얼마 안 남았는데 모르고 살아가는 게 안타까워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못 사는 거 같아서 더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 가는 거지요.
사실, 그것도 별거 아닙니다. 바람은 항상 불고 구름은 흐르고 달과 별은 밤마다 비추고 이날이 저물면 내일은 또 와요. 그게 삶입니다. 원망도 없고 미움도 없애가며 잘난 거 없고 못난 것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대로 받아서 살다가 가면 됩니다.
길거리에 나와 있는 잡초와 나는 다른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가 모르는 얘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세월을 겪으며 흘러가는 창조주가 만든 똑같은 피조물이니까요.
<이근혁/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