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데스크의 창] 산티아고에서 내 인생에 쉼표를 찍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0-05 11:59:41

데스크의 창, 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맨손으로 이민 와 살아남으려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고 치열하게 살았다. 다행히 자식들이 잘 커주었고, 경제적 안정도 어느 정도 이뤄냈다. 하고 싶은 일과 가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마음 속 버킷리스트에만 고이 간직한채 한해만 더 열심히 살자 마음 먹다 보니 어느덧 나이가 60대를 지나 70을 훌쩍 넘겼다. 숨가쁘게 살아 온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은 순간이 나라고 왜 없었겠는가.

어느날 아침 습관처럼 한국일보를 펼쳤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 봐야 할 길,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 마음 속에 버킷 리스트로 간직해왔으나 선뜻 나서기 힘들었던 길…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고고한 유럽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 나서는 ‘2024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으로 미주 한인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4년 창간 55돌을 맞는 본보가 창간 기념사업으로 기획한 산티아고 순례길 프로젝트에 일찌감치 신청을 마친 한 70대 남성 독자의 전언이다.

미주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프랑스길의 시작점인 생 장 피드 포르를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장장 500마일의 대여정이다. 15박16일간 아름다운 황톳길을 순례자의 마음가짐으로 걸으면서 땀과 눈물로 점철된 지나온 이민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성찰하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을 기회를 독자들에게 선사하자는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다.

2024년 본보 창간 55주년 기획으로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1차(4월 3일~18일)와 2차(4월23일~5월8일)에 걸쳐 진행된다. 본보 프로그램은 특히 스페인 북부 지방의 관광명소인 빌바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을 비롯해 헤밍웨이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했던 팜플로냐 시내 관광, 부르고스 대성당 관람, 순례의 끝이자 지구의 끝으로 불리는 묵시아와 피스테라 등을 방문하는 특별 일정이다. 또 순례자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인 알베르게 대신에 4성급 이상의 그 지역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며, 각 도시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VIP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순례 여행 신청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60~70대 부부동반이 가장 많다고 한다. 지금도 활발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로 정신과 전문의 조만철(78) 박사는 가장 먼저 산티아고 순례 신청을 했다. 그는 “수많은 한인들에게 정신 상담과 치료를 해왔지만 정작 내 자신에 대한 성찰과 힐링은 부족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는 동안 그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기 위해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의 미셸 장씨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걷는 여유 속에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신청자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고, 딸과 함께 신청한 한 참가자는 “순례길은 홀로이면서 같이 걷고, 같이 걸으면서 홀로 걷는 길이다. 딸 아이와 마음의 대화를 실컷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자들의 상당수가 60~70대 시니어라는 점을 고려해 일부 구간은 걷고, 일부는 버스로 움직이면서 순례길의 다양한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일정을 준비 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걷기 힘든 참가자는 전 일정을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난 삶과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외롭고 고독했으며 때론 기쁨과 슬픔이,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던 격동의 이민생활이었을 것이다. 감추거나 잊고 싶었던 기억, 차라리 맺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 아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모든 참가자들이 산티아고에서 내 인생에 쉼표를 찍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성스럽고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기를 응원한다.

<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전문가 기고] 한국의 전문간호사와 미국의 NP

최근 한국의 의료사태와 관련해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 공표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적극 반대했는데도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