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도 태평양 사령관과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포함하여 300여명에 달하는 핵심 군인사 인준이 1명의 연방상원의원 때문에 수개월째 멈추어있다. 앨라배마 주 출신의 토미 튜버빌 연방상원의원이 국방부의 낙태 지원정책에 반발하여 군 인사 인준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장성 등 군 고위직 인사는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인준해야 하는데, 튜버빌 의원은 낙태를 원하는 군인의 유급 휴가 및 낙태 허용 지역으로의 여행에 대한 국방부의 지원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군 인사에 대한 상원 인준을 결코 해줄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 만약 이들 300명에 대한 인준이 되지 못하면 연말까지 650명의 장성들이 새 보직에 임명되지 못할 상황이다.
1986년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이 온갖 부정선거에도 코라손 아키노 후보에게 밀리자 일방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자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부정선거는 여당의 마르코스와 야당의 아키노 후보 모두 저질렀다며 아키노가 마르코스에게 협력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선거를 앞두고 마닐라를 방문하여 마르코스 독재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던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이 나섰다. 마르코스가 전략적으로 필요해 그를 지지하려고 했던 레이건 행정부를 설득해 지지를 철회하게 했다.
미국의 상원의원의 힘은 정말로 세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는가에 따라서 미국의 정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다. 바로 이 자리에 3선의 한국계 앤디 김 뉴저지주 연방하원 의원이 2006년부터 3선 째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 밥 메넨데스에 도전장을 냈다. 메넨데스는 2016년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이집트에 무기를 판매하게 도움을 주고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의 인적 사항도 넘기면서 수백만 달러와 금괴 그리고 고가의 벤츠 등을 받았다고 맨해튼 연방지검에 의해 9월22일 기소되었다.
그러자 앤디 김 의원이 바로 2024년 연방상원 의원에 도전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보스턴에서 태어나고 뉴저지에서 자란 김 의원은 시카고 대학을 나와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모들린 칼리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무부 외교전략 담당관, 오바마 대통령 때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군 사령관 정책 참모, 그리고 2013년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2018년 무명의 정치인으로 공화당 텃밭인 뉴저지 연방하원 제3지역구에서 톰 맥아더를 꺾고 당선되어 남북전쟁 후 이 지역 첫 민주당 의원으로 재선에 이어 3선을 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20년 선거 때는 공화당이 반드시 탈환하기 위해 당 차원의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김 의원은 초선 때보다 3% 이상 더 표를 받았고 3선 때는 5.4% 더 많은 지지로 당선되었다.
지난 7월 13일 시민참여센터의 고등학생 인턴들이 의회를 방문했을 때 여러 의원들이 바빠서 보좌관만 만났지만, 앤디 김 의원만은 1시간이 넘도록 질문을 받고 정말 정성을 다해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답을 해주었고 경청하면서 박수를 치던 인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오히려 행복해하던 그 모습이 선하다.
한인 이민 122년 만에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50개주 어느 곳에 있어도 200만 미주 한인들의 염원으로 앤디 김 의원의 연방상원 진출에 힘을 보태자.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