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뉴스의 현장] 연준과 뚝배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20 13:35:08

뉴스 현장,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한국인을 두고 ‘냄비 근성’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특유의 화끈한 성격 탓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 전체가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격분하지만 정작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 냄비 근성 덕분에 빨리빨리 문화가 정착돼 고도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한국을 냄비에 비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관련 채무가 단기 연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렸는데 단기 연동이기 때문에 변동 금리인 가계부채가 갑자기 튀면서 전체 경제가 급냉했다. 한국의 회사채를 살펴봐도 공기업이 아니면 단기채 위주로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 역시 단기 위주의 냄비적 성격을 갖고 있는 시장 특성 때문이다.

반면 미국 시장은 냄비가 아닌 뚝배기에 가깝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모기지를 살펴보면 30년물 상품이 고정 금리로 나온다. 이 때문에 한 번 집을 사면 매달 갚아야 하는 페이먼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별개로 안정적인 상환이 가능하다. 물론 상업용부동산(CRE) 시장 같이 변동금리에 취약한 시장도 있지만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채권 시장을 살펴보면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30년 이상 장기로 회사채를 발행한 일도 과거에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아니면 이와 같은 장기채 발행은 쉽지 않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추진하는 통화정책 역시 뚝배기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는 냄비가 빨리 끓는 것과 달리 기준 금리를 올린 정책 효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림을 의미한다. 작년부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함께 긴축을 이어왔는데 유독 미국 경제만 아직 활황인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다. 팬데믹 기간 막대하게 풀린 현금에 더해 긴축 시차 효과가 겹쳐지면서 일종의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연준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기준 금리를 5% 이상까지 올렸는데 미국 주택 시장이 견고한 것도 시장의 뚝배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존 주택 거래가 발생하기 매우 힘든 구조다. 집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이를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면 기존 집과 연관돼 갚아왔던 저금리의 모기지에서 새집을 사기 위한 고금리 모기지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채무 상황 부담이 극심해진다. 이러한 리스크를 각오하고 이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현금 부자들 밖에 없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실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렇게 끓어오를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국 금융시장의 특성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를 이렇게까지 올렸는데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전 해소되지 않고 집값도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보고 과잉 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 기준 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올리면 이는 경기 침체의 씨앗이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연설에서 ‘신중하게’(carefully)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이 여전히 강세지만 불안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유지하는 구간에서 자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거와 같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보다는 꽤 오랜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오늘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통해 투자자들은 각자 나름의 힌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연준이 경제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경운 LA미주본사 경제부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