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발언대] 재외동포청에 재외동포가 없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05 13:06:53

발언대, 전종준 변호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8월 중순경, 초대 재외동포청장이 뉴욕, 워싱턴 그리고 LA를 방문했다. 처음으로 생긴 재외동포청인 만큼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물거품이었고 적지 않은 실망감이 내 마음속에 일기 시작했다. 

초대 재외동포청장과 전직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대한 법적 태도의 견해는 다르지 않았다. 닮은꼴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법적 전문성 결여이다. 

전직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한인 2세가 모국 연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국적법 때문에 못하는 것이란 사실을 몰랐다. 이에 반해 초대 재외동포청장은 국적법 개정 없이도 예외조항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나 모가 이혼이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출생신고 자체가 힘들어 국적이탈 허가 신청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 이유로 현재 국적법 시행령의 위헌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최근 법무부의 국적이탈허가 불허 통지서를 받는 한인 2세가 늘어나고 있다. 불허 사유는 국적이탈 허가시 고려사항 요건 미충족, 즉 복수국적으로 인하여 외국에서의 직업선택에 상당한 제한이 있거나 이에 준하는 불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고 있다.

청장이 이런 법적 전개를 알았다면 그 배경과 이유 그리고 이론과 실재를 물어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내심 문의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것 또한 역시였다.

둘째, 피해의 심각성에 대한 현지 사정의 체감이 없다. 

‘병원에 가야 환자가 많은 줄 안다’ 했듯이 한인 차세대는 공직, 사직, 그리고 정계 진출 시 복수국적 여부를 묻는 신원조회에서 당장 답변해야하는 수많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피해는 급박하고 심각한데 한국에서는 현지사정을 체감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문제이다. 법적 무책임 내지는 무관심은 비애국적이며, 아직도 그 기본틀을 바꾸지 못하는 큰 이유이다.

현행법은 한인 2세를 ‘거짓의 함정’으로 빠트리기도 한다. 

부모를 통해 복수국적임을 들은 듯하나 불이익이 두려워 복수국적을 부인하기도 한다. 연방정부 요직이나 정계에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알아도 모른 척 가슴만 쓸면서 하루속히 복수국적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셋째, 한국 여론이 개선돼야 근본해결된다는 것은 핑계이다. 

국민정서를 장벽 삼아 숨는 것도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일전에 뉴욕의 국가유공자 부인 백정순씨의 기사가 한국의 모 일간지에 실렸을 때, 분노하며 고쳐야 한다는 수많은 댓글은 어떤 여론이고 국민정서란 말인가? 

개정법이 속히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정치권에서 병역에 대한 강박감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는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재외동포청장은 재외동포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높여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해결책으로 국적자동상실제 도입의 정당성을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국민에게 건의하고 홍보했어야 한다.

 재외동포청은 진정 동포를 위한 청인가? 해외동포보다는 그 자리를 만들어준 국내 여론에 더 관심이 많은 재외동포청 속에 아쉽게도 재외동포는 없다.

필자가 지난 10년 넘게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법적 개선을 노력하고 있으나 정권이 바뀌어도 잘못된 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찌나 똑같은지! 

그러나 나는 믿는다. 변한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종준 변호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