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만파식적] 크리넥스의 위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8-31 11:53:00

만파식적,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당시 유럽에서는 먹을 것, 입을 것, 신을 것 모두가 부족해졌다. 특히 수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면서 붕대·솜·거즈 등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품이 턱없이 모자랐다. 붕대 등을 대신할 제품을 만들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직감한 유럽·미국 기업들은 대체 물자 개발에 몰두했다. 그 중에서 가장 획기적인 신제품을 선보인 회사는 미국의 제지 업체 킴벌리클라크였다. 킴벌리클라크는 1917년 소량의 솜과 나무 펄프 섬유소를 이용해 ‘셀루코튼’이라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는 흡수력이 면보다 5배나 우수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해 전쟁터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셀루코튼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였다. 재고 처리를 고민하던 킴벌리클라크는 1924년 셀루코튼을 종잇장처럼 얇게 만든 미용 티슈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여성들이 화장을 지울 때 손수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대체할 일회용 종이를 착안해낸 것이다. ‘화장지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온 ‘크리넥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크리넥스라는 브랜드명은 당시 회사 소유주였던 ‘바버라 크리넥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세계 화장지 시장을 주도해온 크리넥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킴벌리클라크는 최근 성명을 내고 “캐나다에서 크리넥스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킴벌리클라크의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고 캐나다는 미국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철수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캐나다 화장지 시장에서 크리넥스의 점유율은 16.2%에 그쳐 1위인 스카티(3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3위인 로열화장지(15.9%)에도 추월당할 위기다. 스카티는 캐나다 제지회사인 크루거 프로덕트의 제품이다.

크리넥스가 곤경에 처한 곳은 캐나다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현지 업체의 거센 도전과 자체 화장지 브랜드로 무장한 월마트·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들의 공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남보다 앞선 기술과 제품을 갖춰야한다. 규제 혁파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