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에 뉴욕에 거주하는 백정순씨가 보낸 대통령 탄원서에 대한 공식 답변이 아직 없다.
탄원서 내용을 요약하면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아버지를 안장하려고 했으나 미국 태생인 37세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에 발목이 잡혀 10개월째 남편의 마지막 소원인 호국원 안장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을 호소하는 글이었다.
백정순씨는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여 국가유공자인 남편의 장례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아들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한인 2세들을 위해서 불합리한 법을 하루속히 개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냈었다.
대통령 탄원서가 발송된 뒤, 한국의 유력 일간지는 “재미동포 백정순씨, 윤 대통령에게 국적법 개정 탄원서”라는 제목 하에 특집 기사를 7월26일 게재했다.
일간지 웹사이트에는 수백통이 넘는 댓글이 달려서 미주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국가유공자 아버지를 한국에 안장 못하는 안타까운 공분이 일어났다. 툭하면 국민정서 때문이라고 하는데 문제를 이해시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그 수백통의 댓글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기사가 나간 뒤 모 정부기관에서는 필자에게, 그리고 뉴욕 총영사관에서는 백정순씨와의 연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는 대통령 탄원서가 대통령실에 도착하기 전의 일이다. 마침내 백씨는 뉴욕 총영사관의 영사와 통화 후 필자에게 연락했다.
내용인즉 영사는 백씨에게 아들은 90일 동안 영리 목적이 아닌 한 한국 방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영사에게 아들의 한국 방문이 가능하다는 말을 왜 처음부터 해주지 않았고며 따졌다고 한다.
올해 초, 백씨가 처음 뉴욕 총영사관 담당자와 상담할 때, 2024년 1월1일부터 아들의 국적이탈 신청이 가능하니 그 날짜를 꼭 기억하라고 해서 그 날짜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즉, 2005년 홍준표법에 의해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가 되는 1월1일까지 20년간 병역의무 대상자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 가면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하여 겁을 먹고 국가유공자 남편의 괴산 호국원 안장을 10개월 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곧바로 뉴욕 총영사관의 영사와 통화하던 중 90일 방문 허락에 관한 법무부 공문 내용을 듣고 공문 사본을 요청했다. 왜냐하면 행정절차법 상 구두나 전화 통지보다는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의 송달이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담당 영사는 일단 법무부와 본부의 허락을 받아야 보내줄 수 있다고 허락받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 날 필자는 담당 영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어 법무부 공문에 대한 허락을 받았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영사는 “변호사님이 정확히 이해를 못한 것이라며 법무부 공문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90일 내 가실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90일 방문이 가능하다는 언급을 피했다.
왜 하필이면 90일인가, 30일 안에 방법 검토는 불가능한 것인가? 또한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냐”고 되물으니 “법무부에 공문 요청을 할 수 있는지 외교부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이야기였는데 그걸 오해했다”고 한다. 분명히 “백정순씨와 저에게 90일 방문해도 된다고 했는데 왜 말을 말을 바꾸냐”고 하니 “전화드리겠습니다”며 문자 남기는 것을 거부했다
만약 법무부나 외교부에서 국가유공자 사건을 속히 처리하기 위해 현행법 상 병역기피자에 해당하는 37세 아들의 한국 방문을 공식적인 예외로 허용했다면 이는 750만 해외동포 2세들에게는 차별적 대우의 선례 또는 부실한 현행법 집행의 딜레마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 총영사관의 법무부 공문 존재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왜냐하면 선천적 복수국적제도의 불합리와 부당함을 임시방편적 눈가림보다는 국적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 부인과 아들 그리고 전 세계 해외동포들은 윤 대통령의 용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종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