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독자기고] 크루즈 여행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28 14:03:21

독자기고, 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종업원, 승무원 800여 명과 관광객 2000여 명을 태운 13층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Seranade of the Seas가 기적을 울리며 탬파 다운타운 빌딩 사이를 그림같이 스치며 바다를 향할 때 빌딩들이 지나가는지 배가 지나가는지 묘한 착시현상에 취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도시는 멀어지고 배는 망망대해를 힘차게 헤쳐 나간다. 보이는 것은 하늘과 구름과 바다와 지평선뿐이다. 홀로 외롭게 망망대해에 떠있는 크루즈 안에 있는 2800여 명은 10일간 크루즈 선장과 기관사들에게 운명을 위임한 공동운명체들이다. 어찌됐든 나는 망망대해를 달리는 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모르는 곳 안 가본 것에 대한 야릇한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다.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그냥 그렇고 돌아올 때는 허무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만약 여행에 대한 꿈이 없으면 사는 것이 너무 무미할 것 같다.  그런데 갈 곳이 많고 가고 싶은 것이 많은데 뜻대로 안 된다.  

배는 힘차게 48시간을 달려 목적지 Costa Maya Mexico 가까이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섬이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연꽃같이 아름다워 기쁘고 희열이 넘친다. 부두에 도착하니 이미 크루즈 Harmoney of The Seas가 도착해 있고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환영한다.  야자수 우거진 푸른 아열대 도시에 크루즈 2대에서 토해낸 관광객 4000여 명이 신흥 인간시장을 형성했다.  아내와 나는 새로운 곳, 못 보던 곳을 두루두루 살핀 뒤 야자수 밑 배사장에 누워 피나콜라 한 잔씩 곁들이니 삶이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 사이 크루즈 한 대가 또 도착했고 도시는 관광객 6000여 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후 5시 배는 다시 기적을 울리며 파도를 헤치며 달려간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거대한 13층 크루즈가 마치 나뭇잎 같이 작아진다. 그리고 배 위에 있는 내가 너무나 작은 미물에 불과해진다.  20시간 후 이른 아침 도착한 곳은 바다에 떠있는 또 다른 도시 Belize City이다.  새로운 무엇이 나를 기다릴지 가슴이 설렌다.  도착한 부두는 수심이 얕아 소형 관광선을 타고가야 된다. 우리는 재빠르게 이층 전망대 자리를 잡았는데 별안간 비가 쏟아져 아래층으로 피했지만 비바람이 거세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됐다.  항구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태양이 찬란하게 빛난다.  또다시 이곳 저곳을 살펴본 후 시장 상점들을 돌아보니 유명 고급 가짜 상품들이 총망라돼 있어 옛날 이태원 가짜 유명상품들이 떠올랐다.  신나게 기념사진을 찍은 후 피곤해 일찍 배로 돌아가며 여행도 젊어서 해야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배는 다시 항해를 시작해 다음날 이른 아침 Roatan Honduras에 도착했다. 야자수와 바나나와 망고나무 등이 풍성한 아열대 숲이 펼쳐  있고 바다는 수정 같이 맑고 아름답다.  황무지와 지옥과 같은 삶의 현장과 비교해 보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  

다음날 도착한 Cozumel Mexico는 아열대 별천지다.  우리는 100달러를 주고 섬 일주 관광을 하게 됐는데 운전 기사는 한달 수입이 200달러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우리는 혜택받은 행운아들이다.  오후 6시 배는 탬파를 행해 달리는데 칠 흙같이 캄캄한 밤을 별들이 빛나고 다음날 중천에 떠오른 태양은 구름과 함께 거니는데 검은 구름 한 조각 비 뿌리고 지나니 오색 찬란한 무지개 떠오른다. 신비의 걸작이 여행의 마지막 크라이막스 커튼콜을 멋지고 아름답게 연출해주어 감사하게 10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도착하니 언제나처럼 집이 나를 반긴다.  역시 내 집이 최고의 안식처인데 여행을 떠날 때처럼 희망과 흥분과 설레임이 없고 아쉽고 피곤하고 허탈해 또다시 여행을 떠나야겠다. 여행은 나의 삶을 재충전시켜주는 보약이다. 내일과 미래는 알 길 없지만 여행을 떠날 꿈과 희망이 있어 사는 맛이 계속 이어진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