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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초록 예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14 13:11:25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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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비가 잦아지면서 고르지 못했던 일기로 마을 공원을 한동안 찾지 못했는데 선물처럼 햇살이 찾아와 주었다. 즐겨 찾았던 공원이었는데 긴 기다림 끝 해후처럼 찾게 되었다. 초록 천지가 들어섰고 초록에 겨운 이파리들이 문득 손을 내밀고 있는 풍경이 새삼 정겹다. 반가움에 사무치 듯 초록 구심점에 휘말리며 장마철처럼 나른했던 일상에 초록이 짙게 배어든다. 살아가는 동안 이렇듯 잠깐 씩이지만 누려보는 기쁨이 삶의 후광이 되어준다. 키 큰  소나무 사이로 살짝살짝 비치는 청자 빛 하늘과 햇살을 머금은 초록 잎들이 영롱하게 빛 방울을 튕기고 있다. 눈이 시린 신선한 기운에 흠뻑 젖어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소나무 소리를 듣는다. 소나무의 행복한 내색에 덩달아 즐거워진다. 내 마음도 연록에서 연두로, 짙푸른 초록으로 번져간다. 햇살 파편은 생의 응달진 아픔과 고통, 슬픔을 말려버리고, 부끄러운 거짓이며 부정을 태워버리느라 혼신을 다한 빛 뿌림에 여념이 없다. 초록 내음을 실어 나르는 바람도 흥에 겨웠고 세상은 온통 푸르고 풋풋하고 싱그럽다. 초록에 잠겨있던 야생화도 해맑은 눈빛으로 누가 세상을 이토록 천지간 초록으로 입혀버렸을까 두리번거린다. 온통 초록 천지라 시선 둘 곳을 잃는다. 초록 숲에서 태어난 바람까지 달콤하다. 푸름이 넘쳐나고 초록 향연이 펼쳐진다. 초록 특유의 차분함으로 익어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더는 짙어질 수 없을 만큼 짙어졌다.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붓고 짙푸른 초록 붓으로 초록 수채화를 그려보라 채근한다. 초록 예찬을 붓끝으로 노래하라 한다.

마을 산책길 초입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 소리가 초록을 뒤덮을 듯 왁자지껄 비명처럼 퍼져나간다. 덥다 덥다 하면서도 무더위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듯 “여름이다”를 외치고 있다. 철마다 일년이라는 한계 속에서 각기 다른 계절의 얼굴을 각자 방식대로 맞이한다. 매일이 똑 같이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판박이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은 구별된 모양의 삶을 꾸려 나가며, 계절이 건네주는 소통 방식에 집중하며 표정을 살피고, 관찰하고 숨결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7월의 숲은 초록 정점을 찍어내야만 한다는 응집된 목적을 위해 어떠한 합리적 치밀한 계획성 같은 것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주어진 사명처럼 사려 깊은 안간힘이 생명력을 키워내고 있었다. 계절이라는 보편성이 초록을 향한 책임감 집중을 끌어낸 본능 소치로 보인다. 이렇듯 돋보이는 초록도 잠깐이다 싶다. 계절의 환승이 지켜보고 있는데 무작정 초록 만을 지켜낼 수는 없는 것. 지금이 짙고 성숙한 초록 정점으로 돋보인다. 무심으로 흐르기만 했던 세월 같은데 흐름 사이에 쌓인 세월 분진이 낙화하 듯 투명하게 벗겨질 시한이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있다. 

이토록 쏟아져 내리는 초록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끝없이 여전히 계절 비망록에 실려 싱그러움을 연출해내며 우리네 인생들을 환대로 변함없이 초대해 주고 있다. 어머니 같은 비와 아버지 같은 햇살이 최적의 농도로, 조명으로 푸르름의 세계를 열어 가도록 미세한 환승의 길을 터주고 있다. 짙푸름을 추구하는 초록 세상에는 어떠한 결격 사유도 누락도 없다. 푸름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이 성숙하게 익어가면 실과는 알알이 여물어 결실을 맺으며 곡식은 알곡을 만들어가며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 

초록에 잠겨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도 기쁨의 잉태와 충만을 기원하게 된다. 한 해의 반을 보내고 그 반의 시작이 7월 달력 중간 자리로 접어들어 7월 중순으로 여름 계절 가운데서 가장 왕성한 생기로 절정의 선명한 푸름으로 군림하고 있다. 초록 충만한 계절로 들어서면 노구의 아낙 인데도 망설임  없이 가방 하나 들고 먼 길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된다. 사막을 걸어도 목마름 조차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실린다. 초록의 신비한 생명력을 품고 미지의 땅으로 주저 없이 내딛는 발걸음을 동경한다는 것은 새로움을 덧입히는 세계로 탈바꿈 시켜줄 것 같은 불가사의한 초록빛 기대감 때문 이려니 해본다.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밀레니엄 세대가 마치 7월로 접어든 계절로 사는 것으로 보인다. 싹을 키우고 가지를 뻗어내 듯 새로운 생각과 기술들로 놀라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을 보면 지구 땅덩이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하다. 앞선 세대에게는 낯설고 조금은 두려움으로 맞이해야 하는 시대상들을 그들은 열린 마음을 받아들이고 굳어있는 세대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 묵은 세대의 사고를 넘어서는 삶을 열어가고 있다. 소망해오며 이루어 낸 것은 취할 만큼의 것으로 충분히 받고 누려왔기에 마음껏 팡파르를  울려 댈 수 있는 완벽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일 게다. 하늘이 돌보아온 눈부신 천심으로 빛나고 있다. 모든 세대가 아우르며 건강한 7월, 사랑이 먼저인 7월로, 환한 초록 빛 웃음으로 7월을 보냈으면 한다. 더 뜨거울지도 모를 8월을 마중해야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숨어있던 초록 이야기들이 초록빛 풀숲에서 우아하게 일어나 캔버스 화폭을 채워가고 있다. 초록 수채화에서 초록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초록 예찬 변주곡을 울리며 7월이 뒤척이며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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