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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가장자리] 얼음위의 고양이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2-06 12:45:16

안원아, 얼음위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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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내린 비는 얼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 가족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밤을 잘 보내야 할 텐데 하면서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튿날 뒷마당은 하얗게 얼어 있었다. 처마 밑으로 고드름이 열리고 날 선 바람이 마른 관목과 나무들 사이에서 사납게 요동치고 있었다. 잔인한 바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웅웅 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전등 불빛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전기가 끊기면 이건 나로서는 정말 대형 사고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기로만 난방이 되기 때문이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설국열차>가 떠올랐고, 세상의 종말은 얼마나 비참할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보았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고양이 밥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일 년 전 양철 창고와 덤불 사이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모두 네 마리를 낳았는데 그중 두 마리는 포획해서 입양을 보냈고 나머지 두 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어미 고양이가 또 새끼를 낳았다. 아기 고양이들이 청년이 되어갈 즈음 어미 고양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건 아마 야외용 고양이 집을 사주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는데, 그즈음 어미 고양이 눈치가 왠지 슬퍼 보였던 기억이 났다. 살얼음이 언 주차 진입로를 지나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마마” 하고 외치면 잽싸게 달려오던 녀석들이 목청껏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양이 집 위로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었다. 조금 알싸하고 시린 기운이 목으로 올라왔다. 밥을 내려놓고 돌아서 걸으며 나중에 다시 왔을 때 이 밥이 다 없어져 있기를 바랐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오래 살면 20년도 사는데 들고양이는 몇 년밖에 못 산다고 한다. 그건 야생의 삶이 얼마나 가혹하고 위태로운지를 말한다. 들고양이는 사람들 곁에 살면서도 사람들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태다. 먹이와 물이 부족하고 혹독한 날씨를 견뎌야 하고, 질병과 부상에 노출되어 이로 인해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친절해지면 세상은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 텐데.

다음 날도 추위는 여전했다. 밥을 가지고 나가자 고양이 네 마리가 나를 보고 뛰어왔다. 지난밤을 잘 넘겼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녀석들은 반쯤 뛰어오다가도 가까이 가면 후다닥 도망갔다. 밥을 바닥에 내려놓고 쪼그려 앉았다. 그중 서열 1위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얼굴을 들여다보니 살짝 눈곱이 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밤새 추위에 떨었을 녀석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내가 말했다. “많이 먹어, 먹으면 사는 거야.”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눈을 깜박거렸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주변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나머지 녀석들이 빛바랜 덤불 사이로 꼬리를 감추며 달아났다. 어미 고양이와 오래 산 녀석들은 곁을 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그래도 서운하거나 하진 않다. 내가 집에서 키울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저 멀리 높은 나뭇가지 위에 검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숲이 몸을 뒤척거렸다. 하늘은 새파랗게 눈이 부시는데 햇살마저도 차가웠다. 길은 미끄러웠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현관문 앞에서 돌아보니 달아났던 세 녀석이 밥 주변에 모여 있었다. 서열 1위가 다 먹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밥을 천천히 먹는다. 개에게 익숙한 나는 저렇게 천천히 먹는 모습이 오히려 우아하게 보일 지경이다. 우리 집 개들이 빨리 들어오라고 컹컹 짖는다. 성급하게 현관 유리문을 앞발로 찬다. 약간 버릇이 없긴 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고양이는 불쌍히 여긴다. 벌써 감정의 차이가 난다. 같은 동물인데도 우리 집 개들은 편히 지내고 고양이들은 삶을 견뎌 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를 위로하듯 중얼거렸다. 결국 봄은 온다. 살아남으면 좋은 날들도 만날 거야. 추위에 어깨를 움츠린 채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따뜻했고 개들은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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