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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름다운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2-02 10:57:50

추억의 아름다운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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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김을 매는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갔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음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인 이상화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 이상화(1901~1943)는 대구 출생으로, 《백조》 동인으로 데뷔하여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을 통해 민족의 한과 저항 정신을 노래했습니다. 항일 문학 활동과 독립운동을 펼치다 42세에 작고했으며,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민족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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