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진(서울경제 논설위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5일 트위터 계정에 똑같은 복장을 한 스파이더맨 두 명이 정면으로 마주쳐 서로 삿대질하는 그림을 올렸다. ‘넌 뭐야’라고 따지는 뜻으로 통용되는 ‘가짜 스파이더맨’ 패러디를 통해 자신이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스레드(Threads)’의 출시를 도발적으로 알린 것이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에서 한 사용자의 게시물에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저크는 저커버그의 약칭이다.
스레드를 둘러싼 두 사람의 온라인 설전이 자칫하면 현실에서 실제 결투로 이어질 판이다. 스레드 출시를 앞둔 지난달 21일 머스크가 “무서워 죽겠네”라고 냉소한 데 대해 누군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댓글을 붙이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답했다. 이를 지켜본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하자 머스크는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맞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두 사람이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맞붙을 수 있다는 풍문까지 퍼졌다.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온라인 결투에서는 일단 머스크가 일격을 당했다. 스레드는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반면 트위터의 트래픽은 전년 대비 11%나 줄었다. 트위터에서 스레드로의 대탈출은 머스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 인수 직후 구독 수익 증가와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트위터 블루’ 유료화 작업과 대규모 감원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접속 장애가 빈발하고 혐오성 트윗글 등이 늘면서 광고주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결투는 이제 초반이다. 최종 승패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영원한 강자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 나선 우리 기업들이 혁신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