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준(변호사)
재외동포재단이 매년 주관해온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 연수가 현행법을 무시한 편법 여부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23 재외동포 청소년(중고생 만 14-18세) 모국연수가 올 7-8월 개최된다. 신청자격은 5년 이상 합법적으로 해외 체류 중인 재외동포 학생으로 시민권자, 영주권자 등을 포함한다. 청소년 모국 연수에 선발되면 한국 정부는 항공권 50% 및 6박7일 동안의 체재비 전액을 부담해 준다.
청소년 모국 연수의 목적은 전세계 재외동포 청소년이 모국의 사회, 문화, 역사를 체험함으로써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 및 네트워크 형성에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외 한민족 청소년 간 쌍방향 교류를 통해 상호 유대감을 증진하고 글로벌 차세대 인재로 성장유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뜻깊은 목적과 달리 현행 국적법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모국 연수나 방문을 어렵게 하고 있는 바, 이를 우회하면서 편법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신청자격에서 미국 시민권자의 청소년은 두 종류가 있다. 첫째,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미국 영주권을 받은 뒤, 만 18세 전에 부 또는 모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된 청소년이다. 이런 청소년은 국적법 제 15조에 의해 미국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따라서 국적이 자동 상실된 청소년은 반드시 미국 여권으로 모국 연수에 참여하여야 한다.
둘째,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날 당시 부 또는 모가 영주권자였기에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 청소년이다. 이런 청소년은 국적법 제 2조 1항 1호에 의해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기데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분류되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지 않는데 이는 국적법의 모순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복수국적으로 인해 한국 국적이 있는 사람은 한국 출입국시 반드시 한국 여권으로 출입국 하게 되어 있다.
법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에 해당되는 청소년이 모국 연수를 신청하려면 우선 부모가 국적 상실 신청을 하고, 자녀를 한국에 출생신고를 한 뒤, 자녀의 국적이탈 신청을 하여야 비로소 미국 여권으로 한국 입국이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밟는데 약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천적 복수국적 청소년이 모국 연수에 참가하는 것은 법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해외 거주 청소년은 한국에 출생 신고를 할 생각이 전혀 없고 또한 몇 년 전 부터 모국 연수를 위해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밟을 의도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법적 장애를 피해가기 위해 재외동포재단 측에서는 이번에 선발된 선천적 복수국적 청소년에게 미국 여권을 사용하고 무비자로 입국하여 행사에 참여하면 된다고 자문해주었다고 한다. 원래 미주 총영사관 측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한국 방문 문의에 대해 미국 여권으로 입국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고 선택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져야한다는 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왜 외교부가 주관하는 선천적 복수국적 청소년의 모국 연수는 특별한 예외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인가?
또한 선천적 복수국적 청소년이 미국 여권을 사용하고 모국 연수 목적에 합당하지 않을 수 있는 무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경우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는 엄격하게 국적법과 출입국 관리법을 적용하지 않을 예외적인 입국 심사기준이 따로 있는 것인가?
얼마 전,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가려고 했던 18세 여학생이 선천적 복수국적이란 이유로 한국 총영사관에서 비자가 거절되었다. 국적이탈을 하여 미국 여권으로 가려고 했으나 부모가 이혼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을 할 수 없게 된 사건이 현재 헌법소원으로 접수되어 있는 상태이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는 정부 기관이 선천적 복수국적의 본질적인 문제의 개선은 외면한 채, 보이기 식 행정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이제부터라도 외교부와 법무부 그리고 재외동포청은 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국적법 제 2조의 부모 양계혈통주의의 수정이나 새로 제안한 제 14조 2의 국적 자동상실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