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전문가 에세이] 관계의 성공비결: 공감 능력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26 14:15:45

전문가 에세이, 모니카 이 심리상담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모니카 이(심리상담사)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감사하게도 가끔은 오랫동안 머리로 알던 생각이 어느 날 문득 가슴으로 ‘툭~’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 ‘아하! 순간’ 또는 통찰이라 부른다. 세상은 누군가의 통찰들이 쌓여서 발전해왔고, 한 사람의 성장과 발전도, 어느 날 문득 머리와 가슴에 길이 뚫리는 ‘아하! 순간’를 통해서 깊어짐을 경험한다.

작년 가을 한국 방문 중 30년만에 옛 대학 동창들을 만나서 그 동안의 삶과 생각과 경험들을 듣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툭~’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모두들 목소리를 높여서 열변을 토하는데 가만히 들으니 그 기준은 모두 자신의 경험과 살면서 학습된 지식과 무엇보다도 세포마다 녹아있는 원가족의 가치관과 문화임을 발견했다.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속한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검토하고 해독하여 자신만의 생각의 틀과 구조를 만드는데 이를 인지심리학에서 ‘도식’ 또는 스키마(schema)라고 부른다. 이것은 주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과 일련의 상황을 겪으며 형성되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경험한 세상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인지구조를 가지고 산다. 이것을 알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안경을 끼고 그 사람의 우주를 볼 수 있고, 한발 더 나아가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꼭 내가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의 우주를 벗어나 ‘두 현실 사이의 다리’를 건너서 그 사람의 우주로 소풍을 가는 것이다.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게 ‘그 사람 입장에서’ 말이 됨을 인정해주고, 그렇게 생각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나누는 것이 공감이다.

올 봄의 ‘아하! 순간’을 경험한 이후 나와 가치관이 너무 달라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만날 때 ‘너무 이상해’라고 빠르게 판단하고 마음을 닫는 대신 ‘저 사람은 나와 다른 부모와 환경과 관계를 경험하며 컸으니, 나와 다른 판단 기준을 가질 수 있겠네’란 열린 생각을 심기 시작했다. 가끔 오해를 받거나 이해받지 못할 때, 잠시 마음이 상하거나 섭섭하지만 차차 ‘그 사람의 판단 기준은 자신이니까 그 잣대로 어떻게 나를 다 이해할 수 있겠어?’란 너그럽고 기특한 마음이 생기면서 감정이 누그러지는 경험을 한다. 때로는 그 사람의 성장배경과 어린 시절 상처나 트라우마 등을 우연히 알게 될 때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이해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한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무 의식이나 의심 없이 내 머리 속에 만들어진 나의 신념과 가치관을 판단 기준으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남과 다르다’라는 열린 생각을 의식적으로 머리에 심지 않으면 남의 기준이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갈등이 있는 많은 내담자들이 와서 ‘저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공감이 안되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해를 못해도 공감은 가능하다. 공감은 내 경험이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경험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부족한 공감 능력은 사회생활에 치명적이고,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특히 가족과의 친밀감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준다. 관계에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공감 능력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 배우고 증진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전문가 에세이] 관계의 성공비결: 공감 능력
모니카 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