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법률 칼럼] 묵비권 행사의 중요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13 11:50:11

법률칼럼, 손경락 변호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손경락 (변호사)

 

묵비권이라 함은 피의자, 피고인, 또는 증인이 수사나 재판 절차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침묵권을 말한다. 이 권리는 17세기 말 영국에서 죄인들로부터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 형사 처벌했던 관행에 반발하면서 생겨났다. 영국의 법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도 수정헌법 제5조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다.

묵비권은 형사사건에서만 인정되고 민사상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민사사건에서는 오히려 진술 거부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묵비권 행사의 중요성은 거짓 자백으로 무고한 옥살이를 한 ‘센트럴팍 5인조’(Central Park Five)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1989년 4월, 28세의 백인 여성 트리샤 메일리는 심야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다 괴한에게 무차별 폭행과 강간을 당하고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유기되었다. 문제는 트리샤가 폭행으로 뇌를 다쳐 범인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불똥은 황당하게도 사건 당일 센트럴파크 근처에 있었던 14~16세의 흑인과 히스패닉계 청소년 5명에게 튀었다. 그들은 아무런 죄가 없었지만 노회한 형사들의 장시간 신문을 견디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이들의 거짓 자백을 토대로 맨해튼 검찰청은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이끌어냈고, 피의자들은 5~12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13년쯤 뒤인 2002년, 살인과 강간으로 33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마티아스 레이예스가 센트럴파크 사건은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함으로써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결국 DNA 대조 결과 마티아스가 진범으로 밝혀짐에 따라 2014년 뉴욕시는 피해자들에게 4,100만 달러라는 뉴욕주 역사상 최고의 배상금을 지불하여야만 했다.

이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아무리 자신이 무고하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받을 때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게 현명하다. 만약 이 청소년들이 묵비권을 제대로 행사했더라면 사건이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묵비권은 엄연히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고, 사건을 규명하여 범인을 체포할 책임은 어디까지나 수사관서에 있다고 보면 경찰로서는 묵비권자 외에 다른 데서 추가 증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피의자로서 조금이라도 유죄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 더욱 묵비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경찰의 수사에 당황해 중요한 사실에 대한 진술을 빠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재판 실무에서는 많은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간과하고 행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수사기관에 사실대로 이야기해주면 감형해줄 것으로 생각하거나, 기소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고, 괜히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다보면 유죄 증거만 더 보태주는 격이 된다. 또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나라에서 국선변호인을 붙여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묵비권 행사 때에는 수사관에게 직접,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법적으로 묵비권을 인정받는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가령 “변호사와 상의해봐야 할까요?(Should I talk to lawyer?)”라든가 “변호사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Maybe I should talk to a lawyer)”와 같이 애매하게 의사를 표시하면 상황에 따라 묵비권 발동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저는 할 말 없습니다. 변호사를 불러주세요(I’m going to remain silent. I would like to talk to a lawyer)”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법률 칼럼] 묵비권 행사의 중요성
손경락 변호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