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시론] 양날의 칼 AI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09 11:30:31

시론, 홍병문 서울경제 여론독자부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홍병문 (서울경제 여론독자부장)

“40여 년 전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1984년에 개봉됐던 영화 터미네이터를 최근 주문형비디오(VOD)로 봤다던 20대 젊은 후배가 한 말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1편이 개봉한 지 벌써 40여 년이라니. 후배의 말을 듣고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다시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했던 미래 세계의 살인 병기 인공지능(AI) 로봇 T-800의 모습을 흉내 내며 그의 유명한 대사 “아일 비 백(I’ll be back)”을 따라했던 친구들이 눈에 선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AI 로봇이 인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는 무시무시한 일이 현실화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

이달 초 영국 가디언은 미군의 최근 가상훈련에서 AI 드론이 지상의 인간 조종자를 자신의 방해자로 판단하고 폭격해 살해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파장이 거세지자 가상훈련이 아니라 가설에 근거한 외부 실험일 뿐이었다며 봉합하려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AI 시스템 ‘스카이넷’은 자신의 발전을 두려워한 인간들이 스카이넷을 멈추려고 하자 되레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했다. AI 스카이넷이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AI를 둘러싼 여러 뉴스들이 줄지어 나오면서 AI의 위험성에 대한 석학들의 경고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근처에서 난 것처럼 꾸민 폭발사고 사진은 조잡한 AI 기술의 결과였지만 미국 증시를 한순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부작용과 문제점이 쏟아지자 AI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군대나 테러리스트가 AI 시스템에 나쁜 일을 시킨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AI의 효용성보다는 안전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지오뿐만이 아니다. 20세기 외교가의 살아있는 역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수년 내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 도화선은 AI 무기가 될 것이라며 잇따른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의회에 출석해 “AI를 통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감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챗GPT의 창시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AI 대부들이 경고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고는 있지만 섣부른 통제와 규제는 되레 AI 시장에서 기득권을 차지한 초거대 기업과 초강대국들에 유리한 환경만 조성해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AI의 발전으로 이미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신산업의 싹이 트고 있는데 규제는 소수의 기득권자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뿐이라는 비판이다.

AI와 마찬가지로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던 원자폭탄의 태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서둘러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 개발을 주문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핵무기가 전쟁 억지용이 아니라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인생 최대 실수라고 자책했다.

핵무기의 이론적 토대인 핵분열 연쇄반응이라는 과학적 발견은 원자력발전이라는 놀라운 에너지원의 토대이기도 하다.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은 모두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켜 생겨난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리가 같다.

21세기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올 AI는 양날의 칼이다. 부정적인 영향만을 우려해 지나친 규제에 매달리면 되레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받아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염려한 대로 히틀러의 손에 먼저 놓인 핵폭탄 버튼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적절한 통제와 관리에 나서면서 다른 한편으로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인류의 발전에 활용해 평화로운 AI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AI 시대를 현명하게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