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베테랑스 에듀

[나의 생각] 한국에 가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6-06 12:01:39

나의 생각, 나정길 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나정길(수필가)

34년전 한국은 그렇고 그런 나라였다. 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에 이민 왔다. 두 차례 일이 있어 잠깐 한국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처남, 처제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승합차를 대여해 15일 일정으로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와 서울의 변한 모습을 보기로 했다.

서울이나 지방도시 시골까지 고층 아파트 숲을 이루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책일지 몰라도 재난이라도 닥치면 어쩔까 염려가 앞섰다.

“땅이 좁아 하늘로 솟았나/땅 값이 비싸 공짜인 공중으로 올랐나// 콩크리트 벽에 갇히어/이웃간의 정은 멀어지고/땅에서 멀어지고/흙냄새 잊어버리면//마음도 메말라/어찌하려고/행여/화재나 지진이라도 나면/어찌 하라고”

어디를 가나 푸른 숲이 보기 좋았다. 민둥산이 가난의 상징이었다면 우거진 숲은 생활의 윤택함과 희망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신안의 임자도, 거제의 외도는 화원과 꽃을 가꾸어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가난한 어촌이 색깔이 없는 땅이었다면 색깔이 있는 땅은 풍요로움의 약속일 것이다.

남해안 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호남과 영남의 차이는 표지판 하나의 차이뿐이다. 그러나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너무나 다르다고 보고 듣는다. 마음이 달라 남과 북으로 갈리었고 또 동서가 한마음이 되지 못하면 나라의 앞날이 암울해질 것이다.

맛집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15일 동안 우리를 감탄시킨 식사를 못 했다. 서울의 합정동 지하식당 ‘우거지탕’과 여수의 조그마한 식당 ‘갈치조림’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내 고향 법성포의 ‘굴비 정식’을 먹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서울의 명동 S호텔에서 이른 아침 부모님 산소를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중국인 가족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를 나눈다. 그들에게 미소를 던지고 거리로 나왔다. 높은 빌딩들은 위압감을 줄 뿐 아니라 방향감각을 잃게 하였다.

지나는 사람에게 남대문 방향을 물으니 못들은 척 지나고 길에서 일하는 젊은이에게 물었더니 모른다고 손을 젓는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 고국 땅에 와서도 영어로 말을 해야 하나 한참을 서서 표지판을 보고 길을 건너 택시를 탔다. 나이 지긋한 기사님에게 ‘영어 간판이 왜 이렇게 많은가요’ 물었더니 자기도 영어로 된 호텔 이름들이 헷갈려 애를 먹는다고 했다. 서울은 물론 전주, 목포, 부산 등 거리나 호텔에서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동대문시장에 갔더니 외국인들이 북적거렸다. 값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샤핑 관광’을 온 걸까 혼자 생각했다. 우리는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또 다른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피상성(Superficiality, 마가복음 11:12-2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제자는 많으나 <참 제자>는 적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많으나 <참 그리스도인>은 적습니다. 주의 종 되기를 자처하는

[독자기고] 과학문명과 인성의 실종
[독자기고] 과학문명과 인성의 실종

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과학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들은 힘 안들이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8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꿈같은 일들이 지금

[시와 수필] 이봄 그리워라 내고향의 봄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오늘은 고향의 봄이 그리워집니다 . 나 어릴적 뛰어놀던아름다운 내 고향---- 내 마음의 고향지금 나의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 내고향 그리운 그곳

[발언대] 민주주의, 제도의 허상

‘민주주의’ 단어는 오래전부터 유럽 여러 언어에서 사용되어온 역사적 개념이다.  ‘민주정’은 인민이 통치하는 정부 형태를 말한다. BC 8세기 귀족정이었던 도시국가 아테네는 오랜

[정숙희의 시선] 두다멜, 살로넨, 콘론이 떠난다

미 서부지역 클래식 음악계가 지각 대변동을 앞두고 있다. 2025~26년에 LA와 샌프란시스코의 큰 기둥들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에사 페카 살로넨, 제임스 콘론이 모두 떠나기 때문이

[전문가 에세이] 마음의 온실가스

대략 45억만 년전 지구는 우주에서 떨어져 나온 불덩이로 태어났다. 그 후 점점 식어서 얼음덩이가 되었다가 얼음이 녹자 지금의 물덩이가 된 것이다. 태양열이 지구에 도달하면 일부는

[뉴스칼럼] ‘헬 아메리카’(?)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는 아이슬란드….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라고 하던가. 글로벌데이터인포그래픽업체 비주얼 캐피탈리스트(Visual

[시론] DMV에서 겪는 노인의 서러움

인생백세 시대라거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축복인가, 조롱인가. 지난주 장례식장 아닌 면허국(DMV)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고 DMV에 일찌감치 찾아

[발언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디어 세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GPS 내비게이션, 공중부양 자동차.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 등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여러 가지 꿈같은 이야기들이

[옥세철의 인사이드] 누적된 전쟁피로증세는 결국…

길이길이 기억된다. 그럴 정도로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선거 구호는 무엇일까. “못살겠다 갈아보자”가 아닐까. 1956년 제 3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구호로 오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