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요즘 한국의 사극을 전 세계인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한국의 사극이 재미있는 것은 정확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왕조의 역사기록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아주 세밀하게 기록이 되어있다. 왕의 생활은 물론 모든 정책과 대신 회의까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사관들이 매일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하여 매달 책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나중에 실록 편찬 때 사용한 사초는 왕들도 보지 못하게 하면서 국정의 성공과 실적 그리고 왕이나 관리들의 잘못들도 객관적으로 기록하였다.
조선의 기록문화는 전례 없는 인류사의 모범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이전의 고려의 역사도 60년 동안 노력하여 역사책으로 편찬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려 이전의 역사는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700년의 고구려와 백제 역사와, 천년의 신라 역사도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으니 옛 고조선의 역사는 당연히 전해오지 않는다.
그러니 대륙의 왕조실록이나 개인적으로 한반도를 방문하여 남긴 자료에 의존하다보니 그들의 입장에서 왜곡된 우리 조상들의 역사를 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한반도의 주변국들은 한반도 역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왜곡하여 한국인들을 업신여기고 있다.
그래서 역사의 기록이 중요하다. 후대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교훈을 주기 위해서 필요하고 또 역사를 함께 공유하면서 확고한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가지게 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서 일본이 수십 년 동안 역사를 왜곡하여 이제는 자신들이 수복할 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교육받은 세대들이 머지않아 독도 수복을 위한 침략 전쟁을 벌일 수도 있는 역사적 유훈을 지금 일본은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치도 1870년대 일본 막후 말기부터 메이지 초기에 당시 일본 정부의 수뇌부였던 사이고 다카로리, 이타가키 다이스케, 에토 신페이, 고토 쇼지로, 소에지마 다네오미등이 주장한 조선 정벌로 일본을 부강하게 한다는 정한론(征韓論, 세이칸론)이 결국 조선을 식민지화했던 것과 독도를 일본이 수복해야 할 자신들의 땅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독도를 그들의 역사에 기록하여 침략의 정당성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미국의 역사에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가 없다. 미국의 역사학계와 교육 책임자들이 의도적으로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존 리우 뉴욕 주 상원의원은 “현재 사용 중인 역사교과서를 검토해봤는데 아태계 역사에 관해서는 19세기 말 철도 건설을 위해 이주했던 중국계 이민자들 이야기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인 이민자들을 구금했던 사건 등 단 두 개만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미국내 2,400만이 넘는 아시아계는 여전히 이방인일 뿐 미국의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화가 나면 분풀이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쉽게 가질 수밖에 없다.
기록되지 않는 존재는 인정받지 못한다. 역사에 기록되고 함께 공유해야 같은 구성원이 된다. 같은 종족이라도 역사를 공유하지 않으면 공동체를 구성하지 못한다. 반면 다른 종족이라 해도 함께 이겨낸 역경과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면 함께 공동체를 구성한다.
247년 미국 역사에서 아시아계는 1790년대 인도인 그리고 1800년대 초부터 중국인을 시작으로 일본 한국 등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국의 수많은 철도와 다리, 터널을 뚫고 전쟁에 참여하고 학자로서 예술가로서 스포츠인으로 미국을 빛냈다. 그런데 그 사실들을 기록하고 후대에게 전하는 역사가 없다. 이것은 우리의 후대들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안겨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미국에 살면서 여러 방면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