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주말 에세이] 새로 오신 목사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30 14:29:25

주말 에세이, 이보람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보람(수필가)

교회에 새로운 부목사님이 부임해 오셨다. 애리조나에서 오셨다고 한다. 우리 목장에 인사를 하러 오셨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얼굴은 낯이 익는데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아는 체를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면인 것 같은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해 보지만 퍼뜩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아빠가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을 가져왔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이십 년 전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다니던 교회에 전도사님이셨단다. 그제야 나도 기억이 났다. 내가 딱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 적에 중고등부 전도사님이 그분이었다.

딱 이십 년 만에 이 커다란 미국땅, 같은 교회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애리조나에서 사역을 하시다가 이번에 가족들과 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이십 대의 청년이셨는데 지금은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나도 그 사이에 두 딸을 둔 엄마가 되었다.

주일에는 각자 목장이 다르고 봉사하느라 바쁘다 보니 이야기 나누기가 쉽지 않아 따로 점심 약속을 잡았다. 아이들은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 사모님과 애리조나에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목사님 혼자 식사하는 때가 많다고 들었다. 목사님께 환영 점심을 하자고 했다.

단골 중식당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나누며 어떻게 이렇게 다시 만나느냐고 웃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목사님도 미국 오셔서 아이 다섯 키우며 목회 활동 하며 정신없이 살았다고 한다. 

작년에서야 영주권이 나와 그동안 한국도 한 번도 못 가보셨단다. 새로운 사역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이곳에 새로이 와서 잘 적응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엿보였다.

목사님이 옛날 자료들을 찾아보니 사진은 없고 영상 몇 개를 찾았다며 보여 주셨다. 이십 년 전 중고등부 체육대회 영상이었다. 옛날 동영상이라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반가운 얼굴들만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옛날 앳된 내 모습도 보인다. 한창 사춘기일 때라 영상을 찍는 것에 불만인 듯 한껏 볼멘 얼굴이다. 저 여고생이 커서 벌써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 있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첫째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오늘은 목사님네 가족이 다 이사 오는 날이다. 받아둔 주소를 검색해 보니 한 블록 건너에 집이 있다. 애리조나에서 온 식구가 여섯 시간을 달려와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겼을 것 같아 빵과 휴지를 사들고 인사를 갔다. 한창 이사 중이어서 얼른 인사만 하고 나왔다.

우리집도 오 남매여서인지 더욱 마음이 쓰이나 보다. 목사님을 보면 우리를 키운 그 옛날의 엄마,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 두 명 키우기도 벅차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 할아버지를 호출하는데 그때에 엄마, 아빠는 도움받을 곳도 없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엄마가 미국에 와서 친정엄마 없이 애를 낳았을 때 미역국을 한솥 끓여 매번 갖다 주었던 권사님들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자주 하는 것을 보면 그때 그게 그렇게 고마웠나 보다. 그때에 그 권사님들은 다 돌아가시고 안 계셔 그 은혜 갚을 길이 없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그분들처럼 뜨끈한 국을 해 먹이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목사님께 다음에 가족들과 같이 우리집에 한번 오시라고 초대했다.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먹이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오후다.

이보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