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삶과 생각] 행복을 팔아 불행을 산 남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30 14:28:12

삶과 생각, 제이슨 최 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제이슨 최(수필가)

모 대학의 J교수는 세칭 일류대학을 나와서 큰 어려움 없이 교수가 되었다. 반드시 사법고시를 붙어야 좋은 신부감을 얻는 건 아니었다. 교수가 된 그에게도 좋은 혼처가 나타났다. 미모도 흠잡을 곳이 없는데다 처가의 경제적 능력이 열쇠 3개가 문제가 아니었다. 

걱정 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이들 부부도 중년에 접어들자 아내에게 갱년기가 찾아왔고, 아내는 부부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J교수는 50대의 건강한 남성이다. 교수 생활도, 친구 관계도, 사회생활에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아내가 잠자리를 해주지 않는 것만큼은 견딜 수가 없었다. 점점 불만이 쌓여갔다.

이때쯤 학교 인근 단골 커피숍 주인 여자의 친절에 빠져 문을 닫는 일요일엔 함께 영화구경도 가고, J교수의 취향을 따라 미술관의 전시회에도 갔다. 두 사람은 다정한 연인이 되었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해도 견딜 만 했다. 

하루는 그녀가 강릉에 가서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싫지 않았다. 여자가 먼저 제안을 했을 땐 그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를 리 없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으나 당신이 잠자리를 외면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니 원망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아내가 임신 중 만삭이 가까워 왔을 때 아내와의 잠자리 문제로 힘들어하자 어느 날 봉투를 하나 내밀며 이 돈으로 친구들과 술도 한잔하고 몸 풀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지혜로운(?) 아내도 있는데 당신은 차갑기만 하니…. 

J교수는 다른 이성과의 여행이 처음이라 떨리기는 했지만 KTX가 서울역을 출발하자 옆에 앉은 S만 보였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가슴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S는 20세 연하다. 꿈속 같은 2박3일의 겨울 바다 여행을 끝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왔다. 

3개월쯤 지났을 무렵 S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갔다. 뭔가 모를 불안감이 뇌리를 스쳐갔다. “교수님 저 임신했어요. 지난주 병원에 갔었는데 3개월 되었대요” J교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S가 그리 막된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설득하면 될 것으로 믿었다. 

“아기는 지우는 게 좋겠어, 내 입장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S는 단호하게 낳고 싶다고 했다. 그날 설득에 실패하고 J교수는 깊은 시름에 빠져 식음을 전폐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들은 외도를 수없이 하고도 별 탈 없이 잘 지내던데 나는 왜 생전 처음 저지른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만은 지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1년여를 잠적해버렸던 S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 장소에 갔더니 S가 아이를 낳아 안고 있었다. “교수님 아이예요!” 

J교수는 앞이 캄캄했다. 돈을 주어 달래보려고도 했지만 S는 아빠 없이 키우는 건 싫다고 했다. 만약에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아이를 안고 학교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J교수는 학교를 스스로 그만 둘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차피 아내도 알게 될 것이고, 직장도 아내도 모두 잃을 처지가 되었다. 한가지 길 밖에 없었다. 

전 재산을 아내에게 주고 자신은 직장을 가지고 S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기로 했다. 행복했던 삶이 뿌리째 뽑혀버린 것이다. 

그는 홀어머니가 살다가 남기고 가신 조그만 콘도에서 S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키우며 얼마 안 되는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천달러, 만달러를 먹어도 탈이 없는 돈이 있는가 하면, 단돈 1달러라도 먹으면 탈이 나는 돈도 있다. 그 일로 인해 고개를 숙인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J교수, 평생 성실하게 학생들 가르치는 일 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 단 한 번의 지혜롭지 못한 실수는 너무나 가혹했다. 행복을 팔아 불행을 산 셈이다.

제이슨 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발자국

정호승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발자국도 따라가 별이 되는가내가 남긴 발자국에 핀 민들레는해마다 별이 되어 피어나는가 내 상처에 깊게 대못을 박고멀리 길가에 내던져진나의 손에는 깊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도대체 왜 이래요?”점심시간,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접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강 할머니가 계신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최선호 보험전문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 살아갈 때 더 많은 편리함과 안전을 누리게 된다. 미국 주거 문화에서도 이러한 공동체 개념이 잘 드

[애틀랜타 칼럼] 목표가 있어야 행운도 있다

이용희 목사 행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커다란 지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행운을 잡지 못한 것은 명확한 인생의 지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으나 6주가 지난 지금 전쟁의 양상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라

[법률칼럼] 학생비자 심사 강화, ‘재정’이 핵심이 된 이유

미국 학생비자 심사 기준이 자금의 액수보다 '재정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영사과는 단순 잔액 증명 대신 자금의 형성 과정과 지속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며, 특히 인터뷰 직전의 거액 입금이나 불분명한 제3자 지원은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자금 흐름 확보와 학교 선택의 논리적 타당성을 갖춘 통합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행복한 아침] 흐르는 것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한 낮 기온이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은 한나절, 처타후치 강변을 찾았다. 강줄기는 넓은 강폭 따라 잔잔한 물결을 일구며 흘러가고 있다. 강 자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

“재정전문가도 결국 SSA 공식자료로 돌아가야 한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확인일: 2026년 3월 30일 (자료 출처: Social Security Administrati

[신앙칼럼] 호르무즈와 예수 그리스도(Hormuz and Jesus Christ, 요한복음 John 20:31)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요한복음 20:31의 생명으로 영적 제해권(制海權)을 선포하라 호르무즈와 예수 그리스도(Hormuz and Jesus Christ)는 ‘

[삶과 생각] 미쉘 강 후보
[삶과 생각] 미쉘 강 후보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4월 21일 청담에서 미쉘 강 후보 후원회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지난 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안타깝게 석패한 미쉘 강 후보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