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나의 생각] 내가 ‘눈찢기’를 보고 웃었던 이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30 14:23:44

나의 생각, 이하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이하연(주부)

최근 히스패닉인 아들 친구와 공원에서 놀았다. 아들 친구의 엄마는 스페인어만 쓰는 엘살바도르 출신 사람이었다. 우리는 스페인어와 한국어, 영어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그녀와의 대화가 재밌었다. 그렇게 크게 웃으며 외국인과 대화한 것도 처음이었다. 항상 영어를 못 알아들을까 긴장했는데, ‘우리 서로 영어 못하잖아.’라는 공통점에 마음이 놓였다. 아들은 만나자마자 놀이터로 달려 나갔고, 우리는 언어 장벽을 넘어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바빴다.

그녀는 6개월 된 내 딸아이가 예쁘다며 연신 ‘뷰티풀’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억양 때문에 그 단어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딸을 쳐다보는 눈빛을 보니 그건 분명 예쁘다는 말이었다. 특히 딸의 눈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그녀는 그 말을 하며 자신의 눈 꼬리를 손으로 잡아 올렸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눈 꼬리를 손으로 찢는 것은 동양인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비하의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무례한 행동이다. 한국과 중국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던 그녀, 정말로 아시안을 잘 모르는구나 싶었다. 나는 대부분 아시안이 눈이 작고 길어서, 그런 제스처가 기분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들은 오히려 당신처럼 동그랗고 큰 눈을 예쁘다 생각한다고. 그랬더니 그녀는 자기 주변 사람은 모두 눈이 동그랗다며, 당신 딸 눈이 더 예쁘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눈을 예쁘다 하며 웃었다.

최근 LA 출신 한인 여성 인플루언서에게 ‘눈찢기’ 제스처를 한 히스패닉 여성들이 도마에 올랐다. 그녀들은 아시안 영어 액센트와 생김새를 비하하는 표현을 하여, 전 세계 아시안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언제부터 서로의 다름을 이해가 아닌 미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다르기 때문에 모르는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을 ‘타자’로 규정짓고 혐오한다. 

그녀는 눈 찢기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지 못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이해했을 것이다. 엘살바도르가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였다는 것도 모르고, 그녀가 스페인어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창 한 나의 무지도 나중에는 이해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 그녀의 집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기로 했다. 그녀는 엘살바도르 음식 ‘푸푸사’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한국 음식 ‘잡채’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날 가져간 피자에 파리가 몰려드는 것도 모르고 재밌게 대화를 나눴던 우리. 다음에 또 어떤 다름을 이해하게 될지 기대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