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고귀한 분노를 모르는 포로를
언제라도 나는 부러워하지 않노라
조롱에서 태어나 여름 숲을 모르는
그런 새를 나는 부러워하지 않노라
마음대로 잔인한
짐승들을 부러워하지 않노라
죄책감을 느낄 줄 모르는
양심이 없는
굳은 맹세를 해보지 않는 마음을
나는 부러워 하지 않노라
잡초 속에 고여 있는 물같이
부족을 모르는 인일을 나는 부러워 하지 않노라
무어라해도 나는 믿노니
내 슬픔이 가장 클때 깊이 느끼나니
사랑을하고 사랑을 잃는 것은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 낫다고… (알프레드 테니슨, 1809-1892)
알프레드 테니슨은 1828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시를 공부한 워즈 워스 후임으로 계관 시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인 메모리엄'은 17년간을 생각하고 그리던 친구 핼럼에게 바치는 애가로 어두운 슬픔에서 신에 의한 환희의 빛에 이르는 '넋의 길'을 더듬는 그의 대표작이며,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작이다.메모리얼 데이에 꽃다운 젊음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그 젊음, 그 고귀한 분노를 70년의 세월을 보내고도 우린 가슴에서 그 슬픔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그 젊음의 운명을 무엇으로 대신 할수있을까…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내어 던지고 내조국도 아닌 타향에서 생명을 던진 사랑하는 아들들의 그 외투를 누가 받아 입을 수 있는가… '메모리얼 데이'는 단순한 휴일이 아니다. 낯선 하늘 이름도 성도 모르는 타향에서 목숨을 던진 그 영혼을 위해 우린 과연 무엇을 생각하는가… 나는 미국기를 게양하고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그 젊은 영혼들을 단 하루라도 내 가슴에 품는다.
'내 생의 하룻 길' 이란 주제로 지난주 우리 집에서 색다른 '가든 파티'를 가졌다. 돌산, 솔바람 소리 들으며, 나의 동양화 전시, 그림 40점, 정원에 바위, 소나무 사이에 그림을 전시했다. 내놓을 자신이 없어 뭉개두었던 작품들이 자연속에서 빛을 보았다. 외국인만 35명 그것도 현직 로렌스빌 시장님 부부, 월남 출신 최초 여성 판사, 티베트 출신 하원의원, 미 재향군인 회장 부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전직 대령 출신 로버트 쵸바 부부는 콜럼버스에서 먼길을 달려오셨다.
밤 늦어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가셨다 .현역 '내셔날 인팬트리 회장'이시다 . 로렌스 시장님이 내 '인생의 하룻길'을 주제로 다섯가지 질문을 하면서 한국인이 어떻게 미국에 정착했는지 알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의 땅끝 마을 다산 초당 옆에 태어난 나의 어린 시절, 전쟁 후 한국에는 초근 목피로 먹을 것이라곤 없었던 그 가난한 나의 어린 시절, 내 조국의 아픔을 조명해 보며 남편의 외교관 시절, 옷을 벗고 20년간 다운타운 흑인가에서 간이식당 운영하며 손톱을 한번도 깎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접시를 닦았던 그 아픔의 시간들 속에서도 내겐 꿈이 있었다. 40년간 신문에 글을 기고 하며, 소리없이 죽어간 내 사랑 내 조국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사랑의 글이었다. 아이들 모두를 마스터, 박사를 만들고도 난 접시닦기로 남을 수 없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타임을, 월스트리트 신문을 읽으며 사전을 찾고 또 찾았다. 난 왜 사는가? 묻고 또 물었다.
'NOT for SELF' 내 생을 나만을 위해 살 수 없다. 미 주류사회에 젖어들어 살았다. 우리 집 앞 새학교에 ''사랑한다'' 글을 새긴 돌의자를 세웠다. 우린 이 땅에 왜 왔으며, 내 이웃들에게 한국인의 얼, 사랑을 심어야 한다. 그날 오신 분들에게 작으나마 한국인의 삶을 함께 문화의 교류를 할 수 있었음에 '브라엔 김'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선 이 땅은 어쩌면 영원한 타향살이이다. 한 배에 탄 이웃들과 우리 문화를 함께 나눌 수 있었음을 감사드린다. 오신 분들이 한국 문화를 그토록 좋아하실줄 몰랐다. 몸살이 나 몇날을 누웠지만 내 사랑, 내 조국, 한국 문화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한다. 몇날을 그림 작업을 하신 화가 백신호 목사님, 김주용 목사님-이 행사를 주관하신 '브라엔 김'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움,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며 사느니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게 더 축복이리라.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암울하다 할 지라도
여기, 자신의 운명을 던져 버리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는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 세인트, 빈 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