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5월의  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26 08:36:5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낮기온이 부쩍 올라 여름이 들어선 것 마냥 종잡을 수 없었던 5월 날씨라 바로 여름이 들어서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려니 해둔다. 5월의 싱그러운 수다가 ‘화란 춘성 만화 방창’ 극적으로 소란스러운 5월 숲이 눈부시다. 

5월5일 입하가 들어섰고 21일이 소만 절기였다. 소만이 들어서면 본격적인 농사철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으로 가득하게 된다. 은근한 연녹으로 편만 했던 숲이였는데 어느새 초록으로 충만하다. 연녹색으로 새 잎을 틔우던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 색조의 조합을 풀어낸다. 연한 초록이 여실했던 잎들이 점점 명도 짙은 색상 대비를 드러내며 실한 초록으로 순도 조절을 해가며 색상 혼합을 시도하더니 강한 색감을 연출해 내기 시작했다. 예년에 비해 잦았던 비를 반기며 숲을 지켜냈기에 싱그럽고 활기찬 생명력이 차오르고 숲은 더없이 푸르러만 간다. 5월 숲에는 헐벗은 생명이 하나도 없다. 모두 잘 차려 입은 결혼 예식 하객처럼 마음껏 치장에 열중하고는 조금은 들뜨고 덩달아 수다스러움으로 상기되어 있다.

이리도 화사한 계절의 여왕 5월 속에 마냥 머물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문득 사방을 휘 둘러보게 된다. 5월이 익어가면 숲 내음도 익어가고 천지는 짙푸른 초록으로 뒤덮일 것이다. 5월은 팽창해 갈 것이고, 투명해질 것이고, 부풀어 올라 푸르럼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5월이 오면 May 란 이름 그대로 ‘인생의 봄’ ‘젊음’을 뜻하 듯 인생의 꽃 시절인 젊음을 상징하는 계절 이라서 태양의 맑고 밝고 순결 함의 정점을 기대하게 된다. 새롭듯 맑고 산뜻한 청정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주는 5월을 최근에야 만난 것 같다. 바람 흐름도 비단결처럼 신선하고 부드럽다. 천지를 돌아보아도 향기로 가득한 달이다. 들꽃도 들판을 가로지르며 여기 저기 예쁨을 내밀고 따스한 눈웃음을 나누고 있어 5월은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다며 생명력 넘치는 색상을 즐겁게 분출해 내고 있다. 무성한 숲을 풍요로 이루어가는 축복의 5월은 소생의 계절로 미쁜 표정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눈 가는 곳마다 청청한 푸름이 5월의 대지를, 도심을, 들판을 풍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연출해 내고 있다.

여름맞이 채비로 어찌나 수다가 방만한지 산천 초목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입춘이 들어서고 봄이 열릴 무렵엔 따스한 봄 기운이 맴돌았는데 폭우 폭설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 급습으로 이 고운 5월 곁에 습한 추위를 몰고와 봄 기운을 제대로 풀어주려나 하는 염려를 넘어 5월 수다는 온통 밝음으로 녹음을 헤집고 다닌다. 열정을 부어줄 햇살이며 새 잎을 틔워낸 숲은 싱그러운 행복 불러들이기에 몰입 하고 있다. 떼지어 나르는 새들의 재잘거림이 교향악처럼 봄 하늘로 높이 번져간다. 목청껏 노래하는 새들 군무까지 5월 수다는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네 몸과 마음 치유에 최적이요 최선이다.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던 햇살이었는데 최근 며칠 동안은 눈부신 태양 향연이 이어져 5월이 흥분하고 뽐낼 만큼 찬란함을 더해주어, 역시 5월은 달콤한 힐링을 안겨주고 빛나는 소망을 심어주었다.

세월은 제 흐름새로 흐르고 있는데 5월이 다 가기도 전에 6월이 들어설 채비하는 걸 보면 한해를 벌써 반이나 떠밀어 보낸 것 같은 세월의 속도감에 흠칫 처량맞음이 밀려든다. 유난히 느낌이 좋았던 사람, 그냥 무작정 기다려지는 사람과 한적한 찻집 창가에 앉아 있는 풍경을 떠올려 본다. 

5월의 수다가 무르익어 가는 날, 나눈 것은 많지 않아도 사랑 한줌씩 주고 받은 정겨움을 풍경 속에 삽입하 듯 끼워 넣어본다. 눈부시게 화창한 5월이라서 세월이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이 될 지라도 5월 닮은 꾸밈 없고 가식 없는 맑은 정결한 사람이고 싶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보고픔으로 봄앓이를 하란 말인가 싶은데 누군지 모를 기억 속에 잠겨있는 그리운 사람에게 까닭 없는 고백을 서로 나누어도 좋을 꿈결같은 5월이다.

아침 무렵엔 분명 봄이었는데 한 낮은 여름이다. 입성도 어느 새 반팔로 바뀌었다. 아이스 크림 생각도 난다. 아직은 봄이려니 해두고 싶은데 이번 여름이 많이 더울 것이란 예보 탓인지 여름을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은 아직이다. 5월을 제대로 정경으로나, 소리로, 느낌으로, 내음으로나 봄날의 멋을 신물날 만큼 만끽하지 못했기에. 봄은 그 존재감을 여과없이 남김없이 드러내 주고 싶은데 눈치없는 여름이 사뭇 기웃대고 있다. 5월은 쉼 없이 우리네 정서에 노크하느라 5월의 수다 속에 잠겨 있지만 인생은 영혼이 고요해져야 할 것 같다. 5월의 수다가 북적거리는 광장과 외 홀로 고요한 골방 묵상 시간을 오가는 것이 인생이라며 균형 잡힌 피날레를 설정해 보지만 못 갖춘 마디의 멋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 싶어 5월의 수다에 귀 기울여 본다. 

시대적 아픔에서도 세상 어지러움 에서도 묵묵히 견디노라면 세상이 밝게 열릴 것이라는 위로와 소망을 얻을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에게 아쉬움과 정겨움의 아디오스를 띄워 보낸다. 우린 다시 또 만날 것이기에. 기약은 없지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추방 작전 준비 완료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톰 호먼(Tom Homa

[벌레박사 칼럼] 터마이트 관리 얼마만에 해야 하나?

요즘 들어 타주에서 이사 온 고객들로부터 터마이트 관리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타주에서는 터마이트 관리를 안 했는데, 조지아는 터마이트가 많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