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팁 스트레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11 11:20:32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한인 유모씨는 얼마 전 몇 몇 사람과 함께 동네에 새로 생긴 중국식당을 찾았다가 찝찝한 경험을 했다. 

이 식당은 손님이 카운터에서 주문을 한 후 음식이 준비되면 직접 가져다 먹은 후 스스로 치우도록 돼 있는 곳이었다. 음식 주문을 마친 후 계산을 위해 크레딧 카드를 내밀었더니 디지털 페이먼트 기기에 음식 값과 함께 10%에서 30%까지 팁 액수를 고르라는 선택들이 떴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카운터 직원의 얼굴을 본 후 잠시 망설이다 15%를 눌렀다. 80달러인 계산 액수가 순식간에 92달러가 됐다. 자리에 돌아와 팁을 줬다고 하니 일행들은 서비스로 볼 때 팁을 줄 필요가 있는 식당이 아니라며 자신들은 맨 마지막에 있는 ‘노 팁’ 버튼을 누른다고 밝혔다. 

음식을 먹는 내내 유씨는 엉겁결에 버튼을 눌렀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팁은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긍정적인 방식이다. 또한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많은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팁의 의미가 변질되면서 팁을 받지 않던 업소들에서 팁을 요구하거나 디지털 기기 시스템으로 팁 선택을 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팁을 강요받는 분위기가 확산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식당의 경우 10%의 팁은 실질적으로 사라진 상태이며 20% 내외가 보편적이 됐다. 심지어 30% 팁을 은근히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팁 인플레이션 현상은 팬데믹과도 관련이 있다. 팬데믹 기간 중 잘 나가는 전문직들은 필수 노동자들을 돕는다는 뜻에서 지갑을 많이 열었다. 이른바 ‘죄의식 티핑’(guilt tipping)이다. 그러면서 팁 액수가 커졌으며, 비즈니스들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갔음에도 팁 요청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업소들의 임의적인 팁 요구에 불편함과 어색함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한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계산대 아이패드 스크린에 10%에서 30% 사이의 팁 액수가 뜨더라는 것이다. 그는 ‘노 팁’ 버튼을 누르자 캐시어가 자신을 쏘아보는 것 같았다며 모든 상황이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수리공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면서 팁을 요구하더라고 밝힌 소비자도 있다.

태블릿에 주문을 입력해 손님들이 크레딧 카드를 긁는 방식으로 결제를 하고 팁을 줄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 2013년. 스퀘어라는 업체의 제품을 필두로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이제는 이런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됐다.

디지털 페이먼트 기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팁과 관련한 고객들의 불편함은 커졌지만 업소들의 팁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인간의 지닌 기본적인 속성 때문이다. 바로 ‘디폴트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들에 뜨는 팁 액수들은 디폴트이다. 이것을 거부하려면 ‘노 팁’ 버튼을 눌러 옵트-아웃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옵션을 거부하는 일을 귀찮아하거나 불편해 한다. 특히 종업원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노 팁’ 버튼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의 조언은 간단하다. 비즈니스가 팁을 요구하는 테크놀로지는 아무런 감정 없이 숫자만 보여주는 소프트웨어일 뿐이라는 걸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팁을 줄지, 준다면 얼마를 줘야 할지를 결정할 때 중립적이고 객관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팁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피하면서 줘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스크린의 버튼을 누를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팁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도한 티핑과 종업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감사의 표현이 돼야 할 팁이 ‘호갱’이 된 것 같은 찝찝함만을 안겨준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뉴스칼럼] 팁 스트레스
뉴스칼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