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나의 의견] 최선을 말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8 17:37:15

나의 의견,안미정 테이크루트 CEO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안미정 (테이크루트 CEO)

‘낮은 인문학’ 책을 읽다가 고대 이집트의 장례용 경전인 ‘사자의 서’에 등장하는 문구를 만났다. “너의 심장은 최선을 다한 심장인가.”

내가 이 문구를 마주한 순간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는데 피할 수 없다면 맞붙자는 심정으로 마스크를 두 개나 겹쳐 쓰고 올라탄 비행기 안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의 마음으로 숨죽이고 있던 나의 심장이 뜨끔했다. 

문구에 의하면 세상에 태어나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죄는 ‘삶의 이유를 모르는 것’이며 귀로 들은 우주의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고, 말한 것을 행동하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잘 듣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주위에 전하는 수고로움을 택해야 하며 말로 내뱉은 것을 칼같이 지켜내야 하는 삶이라니!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내 심장을 다독이다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사람을 마주했다. 그건 바로 엄마였다. 당신 삶의 이유를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에게 보여주신 분. 내 입에서 거짓이 흘러나왔을 때 가장 무섭게 훈계하셨고, 내 입에서 진실이 흘러나왔을 때 가장 뜨겁게 사랑하셨던 분 슬하에서 자라며 적어도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시늉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자란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작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마는 초등과 중등 검정고시에 연달아 합격하고 고등 검정고시 과정을 막 시작하셨다. 나의 수능 책상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들으시는 엄마의 옆모습을 바라볼 때면 어느새 내 눈앞엔 낭랑 18세의 고운 엄마가 와서 앉아 있곤 했었다.

“얘, 근데 계속 들어도 뒤돌아서면 까먹고 그런다. 호호.”

“엄마, 내가 공부 진짜 어렵다고 한 말 이제 알 것 같지?”

농으로 건넨 나의 대답에 빙긋이 웃으시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그래 딸, 너 열심히 산 것. 그거 인정. 본인의 때를 알고, 진실을 말하며 또 실천해온 엄마였기에 그 인정이 더욱 값졌던 것 같다. 심장이 뜨끔한 날, 엄마처럼 최선을 사는 사람을 곁에 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들이 삶의 이유가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그에 최선을 말해줄 누군가가 나일 수 있기를 바라보며 오늘의 최선을 살아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