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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클래식 한류 시작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5-03 13:01:36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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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LA미주본사 논설실장)

지난달 한국인 뮤지션 두 사람의 음악이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연주되었다. 4월7~8일, 작곡가 신동훈의 ‘그의 유령같은 고독에 대해서’(Upon His Ghostly Solitude)가 세계 초연되었고, 18일과 21~23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실내악 콘서트와 오케스트라 협연의 2개 프로그램을 소화해 갈채를 받았다. 

떠오르는 신예 신동훈의 신곡은 LA필하모닉과 밤베르크 심포니, 서울시향이 공동위촉한 작품이다. 원래는 2021년 봄 LA필의 ‘서울 페스티벌’에서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그 시즌 전체가 취소된 후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다. 예이츠의 시가 영감을 주었다는 17분 길이의 ‘유령같은 고독’은 혼란스런 세상, 그 역사의 순환을 노래하는 작품으로 관악과 타악기가 대규모로 사용된 격렬하고 웅장한 음악이었다.

김선욱의 공연은 고전과 낭만을 아우르는 인상적인 연주였다. 18일의 실내악 콘서트는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였는데, 프로그램도 좋지만 함께 연주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주자들이 모두 LA필의 파트별 수석이었으니 (가보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좋았을지 상상이 간다.

그 주말의 사흘 동안 김선욱은 또 티아니 루(Tianyi Lu)가 지휘하는 LA필과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했는데 날선 감정선이 섬세하게 표현된 수려한 연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가 2021년 11월 디즈니홀 데뷔 공연 때 들려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엘비라 마디간’)의 아름다운 연주를 넘어선,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한 공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1월초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이 있었다. 그러니까 LA필의 2022-23 시즌에 3명의 한국 음악인이 초대된 것이다. 특히 조성진은 지난 4년 동안 오케스트라 협연 2회, 리사이틀 2회, 그리고 지난해 할리웃보울 데뷔까지, 거의 매년 LA를 찾고 있다. 

김선욱 역시 그가 주역이었던 ‘서울 페스티벌’은 무산되었지만 이후 벌써 2회의 협연과 실내악 콘서트에 초청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 팬데믹으로 1년 반의 공백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은 이제 LA필의 ‘레귤러’가 되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오랫동안 디즈니 콘서트홀 무대를 지켜보면서 랑랑이나 유자 왕처럼 한국인 연주자들도 매년 초청받는 날이 언제나 올까, 하고 부러웠는데 어느덧 그런 날이 훌쩍 온 것이다. 여기에 만일 임윤찬(!)까지 합류한다면 이제 중국 뮤지션들의 라인업을 가볍게 넘어서는 클래식 한류가 도도하게 일어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여름 할리웃보울에서는 임윤찬이 성시연 지휘의 LA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8월1일)을 연주한다. 이어 클라라 주미 강(8월29일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그리고 김봄소리(9월5일 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5번) 등 모두 4명의 한국인 연주자가 무대에 선다. 

할리웃보울에서 한 시즌에 한국 음악인이 4명이나 출연하는 일은 올해가 처음이다. 과거 바이올리니스트 새라 장과 제니퍼 고, 지휘자 성시연과 김은선,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과 조성진, 테너 이용훈 등이 공연한 적은 있지만 어쩌다 한 번이었을 뿐, 한 해에 이렇게 여러명이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적은 없었다. 

올여름 또 하나 관심을 끄는 소식은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8월4~27일 열리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한국의 국립창극단, KBS 교향악단, 노부스콰르텟,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 등 5개 공연이 초청된 것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 48개국에서 2,000여명의 예술인이 참여하는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 등의 공연 295개가 무대에 오르는 세계적인 공연축제인데 올해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포커스 온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한국 클래식 특집을 마련한 것이다. 페스티벌의 총감독이며 K-클래식을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는 “한국 음악인들에겐 진정성이 있고 미와 소리의 질에 대한 존중, 드라마가 있으며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파격적인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도 가장 아쉽고 아까운 것은 팬데믹으로 취소된 ‘서울 페스티벌’이다. 열흘 동안 한국의 최정상 클래식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수십명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이 음악의 향연은 LA필이 특정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처음 기획한 음악축제였다.

작곡가 진은숙이 프로그램을 구성한 이 페스티벌에서는 성시연, 최수열이 지휘하는 LA필과 함께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비올리스트 이유라,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할 예정이었다. 또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플루티스트 김유빈,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 작곡가 윤이상, 백병동, 강석희, 진은숙, 박주완, 김택수 등의 작품을 연주하기로 돼있었다. 

이 기간 중 한국의 근현대음악에 대한 심포지엄, 강의, 패널토의 등의 부대행사도 예정돼있었으니, 실제로 열렸다면 얼마나 멋진 페스티벌이 되었을까? 눈부신 한국 클래시컬 뮤직의 현주소를 주류음악계에 소개할 수 있었을 것이고, 클래식 한류는 더 일찍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때가 이르면 무르익는 법, 한두 해 늦은 것이 무슨 대수인가. 국제 음악콩쿠르마다 코리안 연주자들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낭보가 들려온 지도 꽤 되었다. 이제 그 결실이 눈앞에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숙희의 시선] 클래식 한류 시작되다
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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