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잔
하루가 다르게 계절의 빛깔이 물드는 연녹의 세상에서 향기롭고 싱그러운 봄바람이 살포시 가슴에 스며든다. 세월의 풍파로 허약해져 부서질 것 같은 고목도 핑크 꽃을 서서히 피우고 있다. 잔디위로 파란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목을 세운 샛노란 민들레꽃은 잔디의 초록색와 조화되어 생생한 아름다움을 준다. 자연은 그렇게 생긴 모습 그대로 생명을 주신 분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 악기 중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악기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번스타인은 “제2 바이올린입니다. 제1 바이올린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과 똑같은 열의를 가지고 제2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플루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제1연주자는 많지만 그와 함께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 줄 제2연주자는 적습니다. 만약 아무도 제2연주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면 아름다운 음악이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비단 음악뿐 아니라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배구에서 ‘리베로’라는 포지션이 있다. 몸을 날리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고독한 포지션이다. 많은 디그(상대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를 쌓지만 공격수가 쌓는 득점에 비할 바가 아니다. 1등이 최고이고 주인공만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좆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준다.
사람들은 최고가 되기를 바라지만 최고보다는 최선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어떤 위치에 있던 최선은 언제나 자신이 기준이다. 누구나 다 최고는 될 수 없지만 최선을 다 할 수는 있다. 최선의 삶이 괴롭고 고독하게 될 지라도 그 삶은 위대하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해군장교 시절, 함대 책임자였던 하이먼 리코버 제독이 그에게 한 질문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는 말은 평생 카터 대통령의 교훈이 되었다. 그는 어떤 난관에 부딪칠 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나”를 늘 스스로에게 물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의 자서전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Why Not the Best?)’에서 말한다.
살다보면 실패를 많이 한다. 실패하면 절망가운데 앞길이 캄캄하게 여겨지기 쉽지만 실패의 길에서도 희망으로 통하는 길이 있으며 그걸 찾아 굳센 의지와 열성을 가지고 고난을 이기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성공에 이루게 된다. 실패를 극복하려면 지나간 건 빨리 체념하고 고민, 분노, 좌절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한 발자국 물러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슬기로운 지혜라고 본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순간순간 되어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체험과 생활로 자신을 새롭게 하며 의미있는 인생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의 일에 불안해 하지 말고 자신의 처지를 잘 살려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서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에 생기도 넘치게 된다.
선물로 받은 오늘 하루에 기쁨으로 마음과 정성을 다했는가. 내 삶에 주신 건강과 지식과 작은 능력에 감사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베푸는 참되고 선한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새삼 생각해본다. 마지막 숨을 쉬게 될 때, 과거를 회상하며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신에게 아쉬움만 남는 삶이 아니길 진실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