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세월이 마구 흘러가는 귀한 순간 지난날들 돌아보니 살아온 인생 87년이 너무나 길고도 짧다. 그동안 수많은 아리랑 고개를 넘고 넘으면서 명암의 굴곡과 희로애락을 겪고 헤쳐가며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같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후회나 불만은 없다.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잘한 것이 없지만 이웃과 사회에 해가 될 일은 피했고 기회가 되면 어우러져 즐기면서 살았고 또 한때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나 아닌 작중 인물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각가지 인생들의 삶을 대신 무대 위에서 재연해 왔다. 왕과 신하, 성인, 악인 등 수많은 역할을 대신했고 연극과 TV 드라마 300편 이상 출연을 했다. 그 때문에 배우의 직업을 포기하고 이민을 선택할 때 가장 힘들었고 항상 아쉽고 후회된는 것이 연기생활을 포기하는 것 이였다. 한때 배우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고 올인했기 때문에 미국에 정착한 후에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다가 애틀랜타에서 연극협회를 만들게 됐고 연극을 하게 됐다. 그리고 성공리에 7회 공연까지 계속하며 이민사회의 코리언 아메리칸들의 연극 예술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꿈에 부풀었는데 각박한 이민사회 현실로 인해 계속연극을 할 수 없게 된 후 현재까지 연극활동과 공연이 완전히 사장된 것이 가장 한스럽다. 어쨌든 인생은 연극이지만 연극이 인생이 될 수가 없다. 애틀랜타는 내가 가장 오래 살고 삶을 아로새긴 연극무대인 동시에 안식처다. 그리고 언제인가 애틀랜타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다가 떠날 미국시민이다.
미국의 영광이 나와 내 후세들의 영광이 될 것이다. 몸은 한국인의 DNA인 동시에 법적인 신분은 미국인이다. 조국을 사랑하면서 미국을 위해 살아야 할 운명이다. 그 때문에 이민 1세들은 조국과 미국을 위해 그리고 후세들의 영광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다해 꿈나무들을 돕고 가르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후세들이 훌륭한 미국인들이 돼야만 조국을 사랑하면서 미국에서 영광을 누릴 수가 있다.
미국을 선택한 코리언 아메리칸들은 이유 여하간 반미를 외치거나 미국을 배신하는 반역행위를 하면 절대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미국을 떠나야 마땅하다. 나는 내가 선택한 미국을 사랑하고 애틀랜타는 내 생애의 최고의 안식처인 동시에 삶의 종착역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주간 동남부(이국진 사장)에 칼럼 Q형을 10년 이상 기고했고 또 한국일보(조미정 사장)에 칼럼을 기고하고 또 현재 에세이 ‘코리언 아메리칸 아리랑’을 연재 중이다. 신문사와 독자들께 감사를 드리고 이곳에서 함께 인생 여정의 아리랑 고개를 넘게 된 길동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넘어야 할 아리랑 고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욕심 없이 미련 없이 비워가며 하산의 길을 아내와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자들과 나를 낳고 키워준 어머니, 아버지와 그동안 정들었던 모든 사람들과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인생은 힘들고 어려운 희로애락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신비하고 열심히 살아야 할 최고의 무대다. 연극은 시작과 끝이 클라이맥스다. 박수와 함께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아리랑 고개를 기쁘고 즐겁게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