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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현미씨를 회고하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10 11:48:54

코리언 아메리칸 아리랑, 지천(支泉) 권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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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유명을 달리하신 현미씨는 60년대 초부터 밤안개를 통해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각박한 삶과 어려운 경제난을 겪는 국민들에게 위안과 청량제가 될 힘을 불어넣어 주었는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아프고 허무하다. 

고인은 내가 60년대 말부터 연극을 하겠다고 열을 올리며 소극장 운동을 할 때 유명 가수로 그의 히트곡 밤안개가 전국에 울려 퍼졌다. 

당시 배우 지망생인 나는 현미씨를 직접 만날 기회도 없었고 또 가요계와 연극계는 분야가 달라 관심밖이었는데 61년 KBS TV 탤런트 공채로 입사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TV 방송국 분장실에서 현미씨를 자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였고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였는데 12년 후 미국 이민을 선택한 나는 애틀랜타 한국학교 이사장의 중책을 맡고 한국학교 후원의 밤을 준비하던 중 한국에 있는 인기 탤런트 최길호씨와 현미씨를 만나 한국학교 후원행사를 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현미씨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미국에서 고생하며 한국학교를 위해 수고를 하는데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자기 아들들이 LA에 살고 있어 미주 한인들의 고충과 실상을 잘 안다고 했다. 그후 현미씨와 최길호씨 덕분에 애틀랜타 한국학교 후원의 밤 행사는 Clayton 카운티에 있는 1,500석 대극장에서 성공리에 대성황을 이루었다. 

나는 그 당시 현미씨가 훌륭한 가수 이전에 훌륭한 인성과 인간미를 지닌 분임을 잘 알게 됐다. 소탈하고 겸손하고 화통한 연예인이다. 행사 중 유명세를 과시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 일도 없고 우리의 형편을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고 도와주려고 했다. 음식도 곰탕, 설렁탕, 찌개면 된다며 우리와 농담과 잡담도 잘 해 행사 관계자들을 기쁘고 즐겁게 했다.  

모금행사도 최길호씨와 함께 정성껏 성심껏 열연을 펼쳤고 관객들에게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한국에 가서도 애틀랜타 한국학교를 위해 힘껏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한국학교 후원행사가 있으면 기꺼이 다시 오겠다고 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후 한국학교 후원의 밤 행사가 중단돼 현미씨와의 인연이 끝났지만 나는 그분을 잊을 수가 없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집에서 축하연이 있었을 때 이층에서 피로를 풀고 내려온 현미씨가 이렇게 편하고 좋은 방이 있는데 쓸데없이 호텔에 있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소신을 밝혔지만 사실 우리집이 특별히 좋은 편은 아니였다. 

현미씨는 공연 중 나를 소개하면서 끌어안은 후 흥분하지 말라고 재치있게 농을 하며 유머러스 하게 관객들을 기쁘게 했던 현미씨가 세상을 떠났다니 세월은 어쩔 수 없고 인생사가 너무 야속하다.  

고인의 영전에 참석할 수는 없지만 한때 KBS TV를 통해 인연이 맺어지고 특히 애틀랜타 한국학교 후원의 밤 행사를 도와주고 빛내 준 현미씨를 기억하며 삼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아름답게 추구해 온 현미씨를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가슴 아프지만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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