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캐서린 램펠 칼럼] 연준, 은행예금보험 범위 확실히 해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05 14:20:06

캐서린 램펠,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캐서린 램펠(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제 은행예금은 전액 보험적용을 받는 것인가?

하지만 연방관리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주 청문회에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또 다시 ‘말 바꾸기’를 이어갔다.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너처 뱅크의 예금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는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 가장 최근의 입장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예금은 “안전하다”는 그의 발언이 “예금 전액에 대한 보험적용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규제당국은 이전에 가동했던 “도구들을 다시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남겨두었다. 어떤 경우에 이런 도구가 재사용될 수 있다는 건가? 더 많은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취하고 있는 감독조치는 어떤 것인가? 모든 예금주는 SVB 혹은 시그너처 은행의 거래인과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되는가?

벌써 일주일 넘게 입법자와 언론인 및 투자자들은 이 문제에 관한 당국의 명확한 답변을 찾고 있다. 특히 예금주들은 은행에 맡긴 그들의 예금이 온전히 보호를 받게 될지 여부에 대한 당국의 확답을 원한다.     

예금은 “안전하다”는 관리들의 연이은 발언은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은 채 모든 예금을 한도 없이 보호해주겠다는 듯한 어감을 풍긴다. 이렇듯 확정된 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고위관리들의 공개성명에 따라 시장은 그네 뛰듯 큰 폭으로 움직였다. 신속히 해소되지 않는 모호성은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그럼에도 관리들이 명료한 대답을 꺼리는 이유는 무얼까? 

사실 연방정부가 모든 예금의 손실보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가시지 않는 두려움이다. 예금보험한도가 없어질 경우 손실위험이 없다는 생각에 은행 매니저들이 예금을 이용해 더 큰 도박을 하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까 두려워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보험지급액을 커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예금 전액보장을 전제로 산정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연준은 충분한 보험료를 징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보험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보장하는 은행예금 보험 한도액은 의회의 결정에 따라 예금주 1인당 25만 달러로 정해졌다. 특정 기관에 예외를 두려면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친) 연방재무장관의 지원과 FDIC와 연준 이사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SVB와 시그니처 은행 전체 예금의 대략 90%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관리들은 궁리 끝에 ‘조직적 리스크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금융시스템 전체로 위험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전액을 보증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또한 연준은 다른 은행들에도 유동성을 제공했고,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기를 희망했다.  

안타깝게도 희망은 빗나갔다. 다른 소형 혹은 중형 은행 예금이 대량인출사태 발생 때 완전히 보호될 것인지에 관한 가시지 않는 모호성은 퍼스트 리퍼블릭을 비롯한 소형은행 예금주들이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 등 이른바 ‘대마불사’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금주들이 그들의 예금이 완전히 보호된다고 믿는데서 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예금주는 중소형 거래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고, 따라서 해당 은행의 뱅크런 위험도 줄어든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모호한 접근법을 취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식적인 정책의 연이은 재해석에 따른 혼란과 주식시장 변동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전략적인 모호성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최악의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옐런을 비롯한 관리들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중소형 은행의 고객들은 예금 손실 위험을 피해 대량인출을 시도하게 된다. 행정부의 애매한 태도를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한 ‘도박’의 청신호로 해석하는 은행 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예금대량인출사태인 뱅크런 위험성을 키운다. 예금보증만이 뱅크런을 멈춰 세울 수 있지만 이는 은행의 도박을 부추긴다.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순환문제가 발생한다. 한 개의 문제를 고치면 다른 문제들의 상태가 더 나빠진다. 예컨대 상업부동산 분야에서의 잠재적 채무불이행과 기타 거품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대두된다.  

바로 이것이 예금보증을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제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모호함이 아니라 명료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행정부는 예금보증 문제에 더욱 분명한 방향성을 제공하도록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 보호대상은 무엇이고 비보호 대상은 또 무엇인지, 예금보증은 어떤 조건아래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적법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안할 때  관리들이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부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통해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할 때이다.

[캐서린 램펠 칼럼] 연준, 은행예금보험 범위 확실히 해야
캐서린 램펠

 

---------------------------------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추방 작전 준비 완료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톰 호먼(Tom Homa

[벌레박사 칼럼] 터마이트 관리 얼마만에 해야 하나?

요즘 들어 타주에서 이사 온 고객들로부터 터마이트 관리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타주에서는 터마이트 관리를 안 했는데, 조지아는 터마이트가 많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