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에세이] 육류는 가라! 콩이 온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27 12:30:19

에세이,송윤정 금융전문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송윤정(금융전문가)

“콩 한 컵을 물에 열두시간 정도 불려요. 그 다음, 불린 콩을 믹서에 간 후, 간 콩을 삼베 주머니에 넣어 물을 부어 가며 콩물을 짜요. 빼낸 콩물은 불린 콩의 세배 정도여야 해요. 이 콩물로 두부를 만들 거고, 남은 건더기는 비지로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 목살을 넣어 비지찌개 만들어요. 콩물은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 저어가며 끓인 후에 불을 끄고 간수를 조금씩 천천히 넣으며 저어 콩물이 뭉치면 베보자기를 깐 두부틀에 부어 눌러주면 두부 완성이예요. 별로 힘들지 않죠?”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항상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의사에게 야단을 맞는다는 엄마께 두부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려 두부 만드는 키트를 사서 함께 만든다. 혼자 사시는 엄마께 콩나물 키우는 자그마한 용기도 사서 콩나물도 키우게 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다양하게 먹고, 키우고 만드는 재미도 익혀 삶의 무료함도 덜고, 포장된 제품을 사서 버리는 쓰레기양도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 

“콩을 단순히 삶거나 볶아 먹는 것보다 된장처럼 발효시켜 먹거나 두부로 먹는 게 좋대요. 콩을 발효시킨 경우, 유익균이 생성돼 장 건강에 좋고 암 예방 성분이 강화된대요. 게다가, 좋은 성분들의 흡수를 방해하는 콩 안의 피틴산과 렉틴 같은 성분이 없어져 좋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요. 콩을 익혀 먹으면 소화흡수율이 60% 정도지만 된장으로 먹으면 85%, 청국장은 90%, 두부는 95%로 소화흡수율이 높아진대요.” 엄마의 작은 주방에 서서 불 위에 끓이는 콩물을 저어가며 엄마께 수다를 늘어놓는다.

엄마는 주방에 딸린 식탁 의자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으며 내게 말한다. “의사는 나한테 매번 고기를 먹어야 한다던데..” 나는 의아해하며 되묻는다. “왜요? 저 일할 때 직장동료인 한 인도 사람은 달갈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였는데 근육질에 건장하고 얼마나 똑똑했는데요. 콩의 단백질 함유량은 100g당 34g으로, 닭가슴살의 함유량과 비슷해요. 게다가 콩에 포함된 이소플라본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을 확장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항산화 성분인 레시틴은 중성지방을 흡착해 배출하는 작용으로 대사 증후군을 개선하고, 손상된 간세포 재생을 돕는다는데요. 

게다가, 환경오염은 어떻게요? 육류 제조회사의 탄소 배출량은 거대 석유회사 배출량의 절반 정도나 돼요. 현대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 산림 벌채의 가장 주된 원인이예요. 개간을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르는데,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도 브라질 농장주들이 소를 키울 공간을 확보하고 대두와 같은 동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러 개간하는 화전개간에서 시작된걸요. 이런 산림 파괴는 각종 야생동물을 죽이고 그 삶의 터전을 없애 생물다양성을 급속히 감소시키고 있어요. 1kg의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3.2kg의 사료가 필요해서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하는데 사람들이 직접 먹는 곡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땅을 쓰고 있어요. 만약 모든 사람이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꾼다면 미국, 중국, 유럽, 호주를 모두 합친 면적과 맞먹는 땅을 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과도한 육류 소비에 따른 피해를 역설하는 동안 콩물이 끓어올랐다. 황급히 불을 끄고 간수를 천천히 부으며 젓는다.

“간수가 뭔데, 신기하네.” 콩물이 뭉치는 것을 보며 엄마가 말했다. “액체인 두유 속 단백질을 뭉치게 하는 게 간수예요. 예전에,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해 만든 천일염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그 속에 포함된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등을 빼냈는데 이때 나온 액체가 간수래요. 이젠 두부 제조업체에선 염화마그네슘이나 황산마그네슘을 넣어 응고시켜요. 집에선 간단히 식초와 굵은 소금, 물을 1:1:2 비율로 넣어 간수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요.”

두부 틀에 부어 막 만들어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상에 놓고 엄마와 나는 마주 앉는다. 싱싱한 파를 총총 썰고, 고소한 참기름과 깨를 넣어 간장 양념장을 만들어 두부에 얹어 한입 넣는다. 그 순간 대형마트가 없던 내 어린 시절, 두부 장사가 동네 골목길로 두부를 팔러 오던 때가 떠올랐다. 두부 장사의 종이 울리면, 나는 문밖에 나서는 엄마를 따라 달려 나갔다. 

손수레를 덮은 덮개를 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림빛 두부가 탐스럽게 드러났다. 엄마와 두부를 만들어 함께 먹는 이 순간도 곧 추억의 한 장면이 되겠지. 잠시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엄청 고소하다” 감탄하며 드시는 엄마에게 난 애써 밝게 말한다. “온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요즘엔 두부 요리법을 치면 두부 라자니아, 바베큐 두부, 두부 키쉬, 두부 타코 등등 온갖 조리법이 나와요. 육류보다 훨씬 맛있고 다양하게 두부 요리를 즐길 수 있다니까요.”

[에세이] 육류는 가라! 콩이 온다!
송윤정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추방 작전 준비 완료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톰 호먼(Tom Homa

[벌레박사 칼럼] 터마이트 관리 얼마만에 해야 하나?

요즘 들어 타주에서 이사 온 고객들로부터 터마이트 관리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타주에서는 터마이트 관리를 안 했는데, 조지아는 터마이트가 많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