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전문가 에세이] 조울증을 아시나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23 12:56:00

전문가 에세이,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김 케이(임상심리학 박사)

“제가요~~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데요. 이게 우울증인가요? 조울증인가요?” 

우울증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울증(양극성 장애; Bipolar)은 병의 특성상 초기에는 우울증과 구별하기 어렵다. 우울 삽화(Episode)를 1번 이상 경험하고 몇 달, 몇 년이 지난 다음에 조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에 처음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의 20-32%, 20-30세에 처음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의 5-15%가 나중에 조울증 진단을 받는다는 게 국립정신건강센터의 통계다. 

조증을 겪는 동안 스스로 고양된 기분을 자기 자신은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주변 가족들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고 걱정하게 된다. 전형적인 조증 삽화가 시작될 때 처음엔 행복감, 자신감에 심취하다가 점점 과민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환자는 머릿속에 생각들이 쉴 새 없이 떠오르며 과대한 자신감으로 크레딧 카드를 엄청나게 쓴다거나 도박에 큰돈을 걸기도 한다. 조증 시기가 지나가고 우울이 올 때면 기분이 붕 떠서 하늘만큼 올라갔다가 다시금 뚝 떨어져 땅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환자 본인의 괴로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아침에 복권 당첨 됐다가 저녁에 애인과 결별하는 심정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타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극단의 기분이 번갈아 계속된다는 건 더할 수 없는 고통이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25세 여성 A는 본인의 증상을 이렇게 얘기한다. “고등학교 때 처음 우울을 겪었어요. 무려 21일 동안 침대에 누워있었죠. 손가락조차 꼼짝 할 수 없는 무력감과 부모 이혼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울고 또 울었어요. 근데 실은 그 전 한 달 동안 너무나 명랑하고 쾌활한 여학생이었거든요. 다들 나에게 차밍, 수다쟁이, 재기발랄하다고 말해줬지만 하루 한두 시간만 자고도 피곤한 줄을 모르고 밤새 모든 사람들에게 텍스트를 보내고… 결국  조증 증세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약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였죠.” 

A는 대학 3학년에 다시 조울증 재발을 겪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동안 적극적으로 성욕구가 일어나 무분별한 섹스를 즐기고 여러 명을 동시에 사귀는 일도 빈번했다. 남자친구들은 처음엔 A의 자유분방한 태도에 매력을 느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보여주는 돌발적인 사고의 비약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화제가 이리저리 튀는가 하면 빠른 속도로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종잡을 수가 없이 될 즈음엔 결국 헤어졌다. A는 과대한 자신감으로 무모한 운전을 하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아는 사람 집에 불쑥 찾아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빠른 어조로 지껄이다 오기도 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책감,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

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은 자해, 또는 자살을 시도한다. 매년 3월30일은 ‘세계 조울증의 날’이다. 하필 반 고흐의 생일을 조울증 기념일로 정한 것은 그 화가의 작품과 생애가 평생 정신질환과 함께 이어졌고, 결국 조울증 진단을 받았던 당사자이기도 한 까닭이다. 조울증은 쉽지 않은 질환이다. 본인이 비슷한 증세를 경험하고 있다거나 주변에 누군가 떠오른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해야한다. ‘World Bipolar Day’에, 조울증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고흐 외에도 헤밍웨이, 처칠, 링컨 등이 조울증을 앓았으며 유명 가수 머라이아 캐리, 데미 로바토 등도 조울증 치료 중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 에세이] 조울증을 아시나요?
김 케이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정숙희의 시선] '호모 플라스티쿠스'
[정숙희의 시선] '호모 플라스티쿠스'

양파, 깻잎, 고추, 감자, 오이, 상추, 토마토, 각종 과일… 마켓에 가면 가장 먼저 돌게 되는 야채부에서 일상적으로 집는 식재료들이다. 모든 야채는 따로따로 비닐봉지에 담아야한

[수필] 청파 언덕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그 날 눈 쌓인 청파 언덕복사꽃  휘날리는 교정에열 아홉 소녀가사랑에 열병 앓던  긴 기다림추억의 청파 언덕오늘 다시 그리워… 명당은 명인을 낳

[독자기고] 미주 한인 태권도 고단자 총회
[독자기고] 미주 한인 태권도 고단자 총회

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1974년 미국 볼티모어에 이민짐을 풀고 2개월간 가구공장에서 가구공으로 일을 하다가 그만둔 후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잘 살아보겠다고

[발언대] 트럼프의 첫 형사재판

지난 4월15일 뉴욕주의 도널드 트럼프 형사재판의 막이 올랐다. 2016년 대통령선거 준비가 한창이던 2015년 사건으로서 트럼프를 기소한 4개 법원 91개 혐의 중 첫 번째로 열

[뉴스의 현장] 노숙자 대책 이대로 좋은가

얼마 전 LA 한인타운에서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안전한 시설로 옮기기 위한 LA 시정부의 ‘인사이드 세이프’ 활동이 진행됐다. LA시가 심각한 노숙자 문제 완화를 위한 1차적 대책으

[이 아침의 시] 벚꽃
[이 아침의 시] 벚꽃

‘벚꽃’ - 유자효  기적처럼 피어났다 벼락처럼 오는 죽음  박혜숙 ‘Alter’단 두 행의 시가 종이를 베는 검처럼 예리하다. 벚꽃이 피고 지는 찰나에 대한 통찰이 삶 전체를 관

[뉴스칼럼] 행복한 나라의 조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핀란드라는 게 정설이다.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

[시론] 칩 제국의 부활, 2030년 이후가 두렵다

반도체를 향한 미국의 행보를 보면 솔직히 부럽다.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수 있는 달러의 힘도, 목표를 정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그리고 국익에 맞춰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의

[발언대] ‘혼자 누리는 자유는 위험하다’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혼자 누리는 자유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과 함께 누리는 자유이다. 혼자 누리는 자유의 대표적 사례는 인간 아담이 추구했던 본능적 자유이다. 다른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자동차 Emission Test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자동차 Emission Test

최선호 보험전문인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기나긴 시간에서 생명체중에서는 유일하게 인간들만이 환경오염을 만들어 내다시피 한다고 한다. 인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