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례(한울 한국학교 교장)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정기적으로 받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낯선 신세계였다. 이른 아침 6시, 광교 호수공원이 보이는 흥덕 IT 건물 40층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갈아입을 분홍색 옷과 스마트 가이드가 탑재된 갤럭시 핸드폰을 받았다. “337번 고객님 환영합니다” 진동벨의 안내에 따라 검사실을 이동하다보니 마치 한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위와 장 내시경을 비롯하여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평소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자부했는데 검사 결과를 받아볼 때는 성적표를 받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2주 뒤, 검진 결과 소견에 따라 순천향병원에서 전문의를 만나보기로 했다. 예약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한 나는 시간도 때울 겸 병원 앞에 즐비한 식당가 골목을 걸었다. 그러다가 ‘전주식 콩나물국밥집’을 발견했다. 그 집이구나!
6년 전의 일이다. 친정엄마는 발목 골절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멀리서 사는 딸이 알아봤자 속상하기만 하다고 나에게는 숨기셨다. 나는 엄마가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속상해서 울었고, 말해봤자 소용없는 곳에 사는 것이 서러워서 울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당시 막내가 6살이었다. 세 아이를 놓고 가자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 밤, 꼬박 한숨도 자지 못하는 나를 본 남편은 결국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나는 12시까지 돌아오라는 약속을 받고 파티장으로 가는 신데렐라처럼 열흘의 시계를 안고 비행기를 탔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라 꽃을 한아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나는 꽃을 볼 때면 엄마를 생각한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에게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꽃을 안겨드렸을 때, 꽃보다 딸을 안으셨던 엄마. 아픈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렇게라도 딸을 보게 돼서 좋다고 하신 엄마. 도착한 날부터 병간호한다고 보호자 의자에서 잠을 자면서 시차 때문에 꾸벅꾸벅 졸았다.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먹었던 첫 음식이 바로, 그 집 콩나물국밥이었다.
엄마가 된 후로 혼자 비행기를 탄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 집을 비운 것도 처음이었던 그 시간이 지난 6년간 가끔 그리움이 되어 떠오르곤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그렇게 누린 자유가 황홀했고 엄마랑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환자로든 방문이든 달갑지 않으나 또 그곳을 가게 되는 날이 있다면 국밥을 다시 먹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