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삶과 추억] 그리운 국밥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20 11:41:01

삶과 추억,김미례한울 한국학교 교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미례(한울 한국학교 교장)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정기적으로 받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낯선 신세계였다. 이른 아침 6시, 광교 호수공원이 보이는 흥덕 IT 건물 40층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갈아입을 분홍색 옷과 스마트 가이드가 탑재된 갤럭시 핸드폰을 받았다. “337번 고객님 환영합니다” 진동벨의 안내에 따라 검사실을 이동하다보니 마치 한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위와 장 내시경을 비롯하여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평소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자부했는데 검사 결과를 받아볼 때는 성적표를 받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2주 뒤, 검진 결과 소견에 따라 순천향병원에서 전문의를 만나보기로 했다. 예약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한 나는 시간도 때울 겸 병원 앞에 즐비한 식당가 골목을 걸었다. 그러다가 ‘전주식 콩나물국밥집’을 발견했다. 그 집이구나! 

6년 전의 일이다. 친정엄마는 발목 골절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멀리서 사는 딸이 알아봤자 속상하기만 하다고 나에게는 숨기셨다. 나는 엄마가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속상해서 울었고, 말해봤자 소용없는 곳에 사는 것이 서러워서 울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당시 막내가 6살이었다. 세 아이를 놓고 가자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 밤, 꼬박 한숨도 자지 못하는 나를 본 남편은 결국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나는 12시까지 돌아오라는 약속을 받고 파티장으로 가는 신데렐라처럼 열흘의 시계를 안고 비행기를 탔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라 꽃을 한아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나는 꽃을 볼 때면 엄마를 생각한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에게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꽃을 안겨드렸을 때, 꽃보다 딸을 안으셨던 엄마. 아픈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렇게라도 딸을 보게 돼서 좋다고 하신 엄마. 도착한 날부터 병간호한다고 보호자 의자에서 잠을 자면서 시차 때문에 꾸벅꾸벅 졸았다.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먹었던 첫 음식이 바로, 그 집 콩나물국밥이었다. 

엄마가 된 후로 혼자 비행기를 탄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 집을 비운 것도 처음이었던 그 시간이 지난 6년간 가끔 그리움이 되어 떠오르곤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그렇게 누린 자유가 황홀했고 엄마랑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병원을 찾아가는 일은 환자로든 방문이든 달갑지 않으나 또 그곳을 가게 되는 날이 있다면 국밥을 다시 먹게 되리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추방 작전 준비 완료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톰 호먼(Tom Homa

[벌레박사 칼럼] 터마이트 관리 얼마만에 해야 하나?

요즘 들어 타주에서 이사 온 고객들로부터 터마이트 관리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타주에서는 터마이트 관리를 안 했는데, 조지아는 터마이트가 많아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

[행복한 아침] 세월 속에서 만난 새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해 연말과 새해 연시를 기해 다사다난한 일들로 얼룩졌다. 미국 39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께서 12월 29일 향연 100세로 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움의 초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의 밝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다. 연휴에 분주하게 지내느라 새로움을 마주하는 희망찬 의지를 다질 새도 없었다. 새해부터 경건해야 할 삶의 질서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