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론] SVB 사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신호일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6 13:13:45

시론,김흥록 서울경제 뉴욕 특파원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흥록(서울경제 뉴욕 특파원)

지금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고통은 단연 40년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이지만 이는 고통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단면일 뿐일 수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장관은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지난 10년간 주장해오던 구조적 장기 침체론(secular stagnation)을 공식 철회했다. 구조적 장기 침체론은 투자와 수요가 바닥을 기면서 고질적인 저성장을 겪는다는 1930년대의 이론인데 서머스 전 장관은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부터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와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다시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던 그가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져 이제 세계경제는 고금리·고물가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물가 안정의 선봉장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고물가 고착화 우려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와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임금과 물가는 낮게 유지됐다. 수요가 적다보니 각국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 등 성장을 부양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세계의 가격 인하 경쟁은 줄고 있으며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비와 생산비가 늘어나고 있다. 수요가 낮아도 공급과 생산 비용 증가로 고물가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연은 역시 지난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보다 더 높고 지속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표현의 차이일 뿐 세계가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서머스의 진단과 비슷하다.

1년 반째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이 고물가 구조의 단면이라면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영업정지 사태는 고금리 구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의 파편일 것이다. SVB 사태의 시작점은 예금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함부로 실행한 대출에서 비롯됐던 것과는 다르다. 이 말은 평상시였다면 문제가 없을 일이 고금리 때문에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금리가 올라 기업 고객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맡겨뒀던 예금을 찾기 시작했고 SVB는 이 돈을 내주기 위해 보유 채권을 팔려고 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에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현재로서는 SBV 사태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유사 사태가 잇따를지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고물가·고금리 시대로의 전환과 SVB 사태 악화가 맞물려 돌아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제2, 제3의 SVB 사태가 발생한다면 스타트업과 지역 은행 등의 부실로 경제성장은 둔화될 것이다. 이는 경제의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수요가 줄더라도 공급망과 인력 등 고비용 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라면 정작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수요는 줄지만 물가는 높은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일 수 있다.

SVB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다 해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반도체를 미국에서만 만든다면 아이폰14의 가격이 지금보다 100달러 더 오른다고 한다. 아이폰이 100달러 오르면 다른 스마트폰이나 PC·자동차·전자기기의 가격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이에 여러 직종의 임금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도 뒤따른다. 고금리·고물가 시대로의 진입은 곧 세계가 오랜 저금리 관행을 바탕으로 쌓았던 그동안의 경제성과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서머스 전 장관을 비롯한 연준 일각의 전망이 틀리는 경우다. 고물가, 고금리, 만성적 인력난이 빠르게 풀리고 여기에 SVB 사태도 파장 없이 마무리될 경우 세계는 골디락스(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정한 상태) 경제도 노릴 만할 것이다. 이런 달콤한 시나리오를 배제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인플레이션 고통이나 SVB 사태는 단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적어도 지난 한 세대간 볼 수 없었던 형태일 것이다. 위기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시론] SVB 사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신호일까
김흥록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미래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용희 목사 “행복이 깃들리라. 홀로 있으면서도 오늘을 내 것이라고 노래하는 사람아. 내일은 최악일지라도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 오늘 나는 충실한 사람을 누렸도다. 평화로운 마음으

[법률칼럼]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 이민 서류, 하루 차이가 자격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마지막 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때가 있다. 이때 “관공서가 쉬니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판단이

[행복한 아침] 익숙해짐의 양면성

김 정자(시인 수필가)    운전이 필수인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출근길이면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건 다음 Seat Belt 장착을 하고 rearview mirro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SSI 수급자의 소득 불일치 경보(Earnings Alerts)와 10억 달러 과오 납금의 진실국세청(IRS) 자료 연계 시스템의 허점과 수급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월별 소득 보고

[신앙칼럼] 겸손과 사랑(Humility and Love, 요한복음John 14:2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명시감상] 비로봉(毘盧峰) — 윤동주“만상을 굽어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백화(白花)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수필] 스와니 벼룩시장에서 돌아본 애틀랜타 한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의 단독주택 단지(Subdivision)에 살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약자가 있다. 바로 **HOA(Homeowners Association)**이다.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헬렌김 그렇게 뜨거웠던 어제도아무런 작별 인사 없었는데,오늘은소식없이 가을입니다. 공원에는 다람쥐가 분주하고한 여름 푸르렀던 나무들은파스텔을 거두어하나 둘 황금빚 옷을 준비합니다 

[애틀랜타 칼럼] 체면을 살려 주어라

이용희 목사 대개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하인 다루듯이 명령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자신의 인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법률칼럼] 취업비자 10만 달러의 벽… 이제는 회사의 해고 기록까지 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채용 제안은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의 기쁨에 앞서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따져야 한다.지난 9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