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보석줍기] 고맙소 고맙소 그리고 사랑합니다-강선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3 17:19:23

보석줍기,강선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강선주(멋진 인생·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남편의 뇌종양 수술 이후 나의 모든 일상은 예기치 않던 방향으로 점점 뒤바뀌어져 갔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독한 약들 때문인지 후유증이 심해졌다. 심한 우울증 증세가 다양한 형태로 표현이 되면서 감당하기 힘들고 속썩는 일들이 늘어났다. 더욱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반항하는 애들처럼 비뚤어져만 갔다.

  처음에는 쾌활하고 농담도 잘하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던 남편이 저렇게 폭력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나는 참다못해 우격다짐도 해보고 소리도 질러보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점점 꼬여만 가고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비관도 되고 그런 내가 밉기도 했다. 때로는 남처럼 여기며 살아보려고도 하고, 별별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쉬운 일은 없었다. 신앙으로 극복하려고 애쓰고 몸부림쳐 봐도 역부족인 것이 마치 울리는 꽹과리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기를 8년이 지난 생일 전 날 저녁, 식탁 위에 올려진 봉투가 눈에 들어와 열어보니 노란 메모지 한 장과 약간의 돈이 들어있다. 

 “선주, 생일을 축하합니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합니다.”

  투박한 몇 자에 모두 담아낸 남편의 마음이 밀려왔다. 수도 없이 되내어 중얼거려본다. 고맙소 고맙소… 내 안을 가득 채워주는 남편의 마음…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못되게 대한 것이 미안하고 안스러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창가에 놓인 노란 양란꽃대에 방울 방울 맺힌 꽃망울들을 바라보며 속삭여본다. “그래 그런 거야…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듯 나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는 거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단상] ‘카피 인생을 살지 말라’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죽기 전에 두 아들에게 애써 키운 가업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두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업을 다 들어 먹고 망하고

[주말 에세이] 헬렌을 위한 기도

한국에서 돌아오니 마당 곳곳에 심어진 화초들 사이로 불쑥불쑥 솟아 나온 풀이 있었다. 풀만 봐서는 냉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분명 한국에서 식용이나 약재로 쓸만하게 생겼다. 농

[삶과 생각] 밥 한끼, 그 고마움

1980년,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잡지사에서 2년인가 3년차 기자 때 사진부 여기자와 함께 거제도로 출장을 간 일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한국에서 등대는 바다를 항해하

[발언대] 5·18 광주항쟁과 민주주의

더불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할 것을 수차례 주장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어 다

[전문가 에세이] 마약 재활 치료

이것은 내가 만난 청년 B의 실화다. 그가 집을 떠난 건 17살, D와 F로 도배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던 날이다. 중학교 때부터 이런 저런 마약을 접해

[만파식적]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2021년 4월 브룩 롤린스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돕는 싱크탱크의 발족을 유

[시론] 피곤한 AI(인공지능)

바야흐로 AI(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컴퓨터와 정보 및 데이터 처리, 머신러닝(기계학습)들의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할 수 없는 온갖 계산을 통하여 이제 우리

[뉴스칼럼] 연방도 마리화나 규제 완화

연방정부 규정으로는 사용은 물론 소지도 불법인 마리화나에 대한 정책이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마약 단속 전담부서인 연방정부 기관(US Drug Enforcement Agency)은

[행복한 아침] 3도 화음

김정자(시인·수필가)   정기검진으로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팬데믹 이전에 만나 뵙고는 긴 시간을 보낸 우연한 만남이 예측없이 이루어졌다. 우선 반가움을 나누고 오랜만에 이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5월에 못다 부른 노래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5월이면 생각나는 옛사람이 있다. 어느덧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가슴 아픈 사연의 추억이다.클래식 음악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었던 어느 날 오후 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