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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나의 무대 위를 걸으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3 13:18:53

삶과 생각,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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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메릴랜드)

 

나는 자연 위의 나만의 독무대를 지치지 않고 아주 열심히 오르고 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인기가 떨어질까 가슴 두근거리며 걱정하지 않아도, 또 입장권이 하나도 안 팔려도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도 없다. 무대 위에서 소위 말하는 예술가치고는 너무 무사태평하다.

나의 독무대를 오늘도 걷노라니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러지지 않은 채 바람에 뒹굴며 이리저리 채이고 있다.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뻣뻣한 낙엽 밑으로 작은 솜털처럼 푸른 싹들이 머리를 쳐든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서 봄을 부르며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이 참으로 대단하다. 아마도 새란 새는 다 모여 기후변화 속에서도 다시 찾아오는 이 봄을 위하여 분위기 있는 단합대회를 하고 있는 듯싶다.

나는 나의 무대 위를 다시 걷는다. 이번에는 데이트 청하는 듯한 아주 고운 새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사랑을 노래하나보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깃털이 발그스레한 새 한 쌍이 서로 가까이 앉아 노르스름한 뾰족한 부리를 우리가 와인 잔 부딪치듯 톡톡 부딪친다. 사랑이 무르익는 새들의 뽀뽀인 듯싶다. 그리고 깃털도 살짝 부딪친다.

그 새들의 모든 것을 바라보니 새들이 나무 위의 연극배우 같고 내가 관객인 듯싶다.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이마에 송송 솟아난 땀을 살짝 씻으며 유쾌하게 혼자 웃는다.

나는 무대 위를 또 걷는다. 걷다보니 내 발 앞에서 새 한 마리가 바짝 마른 잔디 부스러기를 그 작은 입으로 잔뜩 물고 종종 걸음을 치더니 파르르 날아간다. 아! 저 새는 벌써 신방을 꾸민 후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들려고 집짓는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동그란 둥지 속에 아기 새들이 아빠엄마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개나리 꽃잎처럼 조그만 노란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영상이 내 머리를 스친다. 왠지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또 무대 위를 걷는다. 파란 새싹들이 솟아나고 조금 우묵하게 땅이 들어간 곳에 어젯밤 내린 비로 땅이 조금 자작자작하다. 어쩌다 그곳을 쳐다보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새 한마리가 물을 먹고 있다. 자작한 물을 한번 콕 쪼고는 고개를 쳐든다. 몇 번을 반복한다. 아마도 목이 많이 말랐던 새 같다. 세상에서 제일 성능 좋은 나의 서치라이트인 강한 햇살이 알을 품은 듯한 그 새 위에 더욱 찬란하게 내려 쬐인다. 황홀하다.

나는 나의 무대 위를 또 걷는다. 지난겨울은 눈이 오지 않아 포근한 이불도 없었을 텐데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는 온갖 푸른 잎들이 희망에 차있다. 왜 창조주께서는 꽃의 색깔은 모두 틀린데 풀잎이나 나뭇잎들은 모두가 다 초록색으로 선택하셨을까? 아마도 깊은 뜻이 있으셨겠지! 초록색의 의미는 안정적이고, 조화롭고, 정적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초록색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도 나는 나의 무대에서 욕심 없고, 순수한, 그리고 거짓이 없는 자연 앞에서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겸허히 고개 숙인다.

이 봄, 나의 관객들은 기지개를 켜며 아주 힘차게 일어난다. 나도 더 좋은 작품으로 너희들을 즐겁게 해줄게…. 작은 풀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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