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미주한국문협 회원)
어릴적 해마다 오던 봄
혼자 오지 않고
보릿고개를 데리고 왔다
허리띠 질끈 조여매고
그 고개 넘어가는데 석 달
앞산 기슭 아지랑이 오르고
진달래 붉은 입술 열던 봄날
보릿고개의 비탈에서
묵정밭 일구는 부자(父子)
그을려 거무죽죽한 두 얼굴
갈라져 튼 거북 손등 네 개
묵정밭이 준 마음 아픈 선물
어느날, 천지가 개벽(開闢)
피안(彼岸)으로 건너간
유령(幽靈)의 보릿고개
보릿고개 힘겹게 넘던 아해
이제는 할애비가 되었다
내 고향의 묵정밭(菑)은
지금도
우거지고 묵어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