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길(버지니아주)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그로서리 마켓이 있다. 나는 그 곳에 자주 간다. 신선한 채소,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하여 저렴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쉽게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편리함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의 사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아마존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정확하게 배달되는 편리함을 알고 이용하고 있지만 그로서리의 식품 주문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며칠 전 우리 집 앞에 노란 봉투가 배달이 되었다. 들어올리기도 힘이 드는 30개들이 물병과 함께 봉투를 세어보니 여섯 개였다. 홀푸드(Whole Food)의 QR 코드 외에는 수신자 이름도, 주소도 적혀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극빈자를 위하여 보낸 물건일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이웃에 전화로 연락하여 보아도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까운 홀푸드 스토어,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에 전화하여 QR 숫자를 알려주었더니 배달 사고라면서 폐기처분 혹은 수신자가 사용하여도 괜찮다고 말했다.
잘못 배달된 물건에 대하여 주인이 찾아오겠지 하는 생각에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하여 저녁식사 후에 봉투를 열어 보았다. 모든 것이 하얀종이로 싸여 있었고 유기농 표시를 한 식품들이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채소, 과일, 치즈, 계란, 통조림, 초콜릿 등이 있었다. 냉장고에 보관한 후 이틀이 지났다.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을 구입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 시간을 절약하는 편리함 때문일까? 매일 먹는 식품만은 직접 마켓 가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잘못 배달된 음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대한 결정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길거리에 헤매고 있는 홈리스에게 보내줄까 생각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어찌하여 배달물건이 수취인의 주소와 이름이 없을까. 모든 의문 속에 현실과 상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였다. 어떤 사건에 몰두하여 상상하면 할수록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되어간다.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상상하기에 달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무서운 상상이 내 머리를 스쳐갈 때 나는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아까운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