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손경락 변호사의 법률칼럼] 정신질환 치료법 논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1 11:39:00

손경락 변호사의 법률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손경락(변호사)

 

한국이나 미국 할 것 없이 학교나 직장에서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나 공황장애, 우울증 등 크고 작은 각종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2021년 10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로 나눌 수 있고, 심리치료는 정신질환자의 생각하는 방법을 교정하여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인지행동 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 치료효과가 검증되었지만 단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약물복용에 따른 위장질환에서부터 두통, 현기증, 성기능 장애, 심장질환 증가, 체중 증가, 시야 혼탁 등의 부작용을 꼽을 수 있다. 또 약물을 중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재발 증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의 2021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성인 7명 중 1명은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 심리학협회 2012년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미국인들은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s)에 160억 달러, 항우울제(antidepressants)에 110억 달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물에 70억 달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각종 정신질환 약물치료에 매년 천문학적 돈을 퍼부은 셈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계에선 약물이 과잉 처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신질환제 시장이 이처럼 제약회사의 젖줄이 된 데는 약물의 의학적 효과 못지않게 다음의 법적 배경도 한몫을 했다. 

1977년, ‘라파엘 오세라프’(Raphael Osheroff)는 신장 전문의사로서 거침없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비즈니스맨이기도 했다. 그는 41세의 나이에 벌써 3개의 신장투석센터를 소유하였고, 워싱턴 D.C. 근교의 부촌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두 번의 이혼 과정으로 인해 심한 조울증을 앓게 되었다. 결국 그는 세 번째 부인으로부터 협박성 이혼 요구에 시달린 끝에 정신과 의사의 조언에 따라 메릴랜드에 위치한 ‘체스트넛 롯지’(Chestnut Lodge)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1910년에 개원한 이 병원은 심리학계 대부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 약물치료가 아닌 정신분석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정신병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세라프에게는 정신분석 치료가 잘 듣지 않아 병세가 날로 악화되었다. 조울증 증세로 하루종일 복도를 속보로 걸어 7개월 동안 체중 40파운드가 빠질 정도였다. 오세라프는 병원 측에 정신질환 약물 처방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다행히 그는 병문안을 온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정신질환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옮긴 결과 3주 만에 습관적 속보를 멈췄고 9주 만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되었다. 

퇴원 후 일상으로 복귀하였지만 그가 입원해있던 10개월 사이 아내는 정신병을 빌미로 이혼소송을 시작했고, 전 부인 두 명은 아이들의 양육권을 앗아갔다. 또 의사로서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아 투석센터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불행이 체스트넛 롯지가 약물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끝내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재판이 시작되자 정신과 치료법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정신분석 치료와 새롭게 등장한 약물치료라는 두 갈래 치료 방법을 두고 심리학계 거물들이 증인으로 불려 오는 등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마침내 재판 중재위원회는 ‘여러 임상실험 결과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를 병행하지 않은 체스트넛 롯지에게 의료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오세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재판이 오늘날 미국에서 과잉처방이 걱정될 정도로 약물치료가 만연하게 되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손경락 변호사의 법률칼럼] 정신질환 치료법 논쟁
손경락 변호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임마누엘 예수의 모략(The Conspiracy Of Immanuel Jesus, 이사야Isaiah 7: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야 7:14) 이사야의 예언은 곧 하나님의 모략이며, 임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