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에 규모 7.8 강진이 발생해 수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집계된 사망자가 3만4천명을 넘어섰고 생존자들은 추위와 생필품 부족, 위생 문제 등 전염병으로 2차적인 재난 위기에 봉착했다. 생존자 구조 골든 타임을 이미 넘어 서버린 최악의 재난현장은 비참한 참상으로 아비규환 그 자체이며 한 순간에 가족을 잃고 생사여부를 몰라 울부짖는 사람들로 망연자실이다. 국제사회도 신속한 지원을 나섰고 한국도 현지에서 첫날부터 구조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골든 타임에 쫓기듯 구조에 나섰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현지시각 9일 6시37분 피해지역인 안타키아 일대에서 활동중인 코리아 긴급 구조대(KDRT) 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있던 70대 남성과 어린이, 시민들을구조했고 같은 장소에서 시신 4구도 추가 수습했다. 계속 40대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을 구출하면서 첫날에만 5명 구출에 성공했다. 내 일처럼, 내 가족처럼.
6.25 한국 전쟁에 우방 국가들이 파병을 했고 튀르키예도 네 차례에 걸쳐 2만2천명 파병을 계기로 혈맹으로 맺어진 ‘형제의 나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터키 궁인들은 잊을 수 없는 미담을 남겼다.
한국에 파병된 터키 병사들이 1951년 6월 수원에 ‘앙카라 학원’이란 청소년 보호 교육 시설을 설립했던 것이다. 부모를 잃어버리고 전선에 남겨진 고아들을 막사로 데려와 자신들 식사를 함께 나누고 보호하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주말마다 식량을 보급해 주었고, 종전 이후에도 ‘앙카라 학원’에 큰 규모의 부지와 시설을 지원해주며 아이들을 보호하며 교육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왔다고 한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신 앙카라 형제회 회장 오 모씨는 6살이던 1951년 튀르키예와 인연을 맺으셨다. 1.4 후퇴 당시 피란을 가다 폭격을 맞아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고 터키군에 발견되어 군 부대에서 보호를 받다가 ‘앙카라 학원’에 보내지면서 중, 고등학교 교육을 전부 받고 18살 때 취직까지 해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수원에 거주하시는 오 회장은 튀르키예 강진 소식을 듣고 이젠 우리가 튀르키예를 도와야 할 때라고 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기부를 하시면서 ‘앙카라 학원’ 에서 자란 원아들인 ‘앙카라 형제회’ 회원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터키군은 전쟁 고아 뿐만 아니라 수원을 비롯한 인근 빈민들과 부상자 지원을 나서기도 했다. 6.25 전쟁 63주년 기념식을 기해 수원시는 6.25 당시 터키군이 주둔했던 지역에 터키군의 보은을 기리는 ‘앙카라 학교 공원’을 조성하면서 기념비도 새로 단장해서 세웠다 한다. ‘앙카라 학교 공원’은 튀르키예인 및 관광객 방문을 위한 휴식 및 명소로 조성되면서 양국 간 문화가 교류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낯선 타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된 값진 공헌을 잊지 않으며 고귀한 사랑에 보답하는 한국 정부의 구조 지원은 세계 평화를 향한 더 없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연민을 불러내고 공감 능력을 자극해 마음들이 함께 모여지고 협동심을 북돋우어 주는 기회가 되어준 것이다. 무형의 공동체가 말없이 결속되고 재난 앞에 겸허의 자세로 우국도 적국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적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지난 10일 일러스트 작가 명민호 씨는 소셜미디어에 두 장의 그림을 통해 강진으로 무참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깊은 애도를 그림으로 나마 전한다”고 하면서 “마음 만큼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림 한 장엔 튀르키예 군인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엔 마실 것을 쥐고 있는 그림이었고, 다른 한 장에는 강진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한국 긴급구조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먹여주고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 먹거리가 들려있는 그림이었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한국 작가 그림에 형제 나라임을 잘 표현해 준 고마움과 긴급 구조에 동참해준 고마움을 눈물로 전달했다. 긴급 구조대 2진은 튀르키예 측 요청에 반영된 것으로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의료진 등 민관 합동으로 21명으로 구성되어 텐트, 담요, 침낭 등, 구호물품 추가 지원과 재건을 위해 16일 파견되었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웃과 상부상조하는 관습이 있었다. ‘두레’라는 조직으로 모내기 길쌈을 품앗이하며 공동체적인 전통을 계승해왔다. 물질적 가치와 이해타산을 중시하는 현대사회 병폐를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음은 물론, 세계 시민으로서 자질을 이미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았기에 세계질서와 사랑 실천에 솔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확신한다. 형제 같은 튀르키예 아픔에 앞장서서 손을 내미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고 당연한 일로 세계가 하나되는 전초가 될 것이다. 6.25 전란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자주 자립을 향한 국민의 눈물과 땀은 집념의 도전이었고 불철주야 헌신의 비롯이었음을 되새겨보면서 실의에 빠진 튀르키예 이재민들도 아픔을 추스르며 재기할 결의를 가져주기를 간곡함으로 간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