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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이태원 참사 그 이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1-27 08:33:59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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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3년 1월 17일까지 참사 발생 원인과 참사 전후 당국의 대처 등 사고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하여 참사 책임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미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정 조사 특별위원회가 조직되었지만 국민이 원하는 명쾌한 결론은 아직이다. 

대형 안전사고 진상규명은 여야를 떠나 먼저 구조 실패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사를 서두를 줄 알았는데 결국 여야 원색적인 말잔치에 그쳤다.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한 국정 논의가 국민 앞에 어떻게 투영될지, 아예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재발 방지 최종 목표가 무색해진다. 어느 누구도 책임질 기관도 없고 발뺌하기에 몰두하느라 진상 규명은 묘연할 뿐이다. 정당의 이해타산이 진상 규명보다 앞서고 창과 방패로 끝없는 저항으로 이어지는 모습으로는 아무런 결론도 얻을 수 없음이 자명하다. 한심하다. 국민을 위한 국정을 다루는 국회의 진부한 태도가 거북스럽다. ‘다시금 또 이런 대규모 안전사고 참사가 일어날 수 밖에 없겠구나’ 관료주의적 매너리즘의 반복은 두고두고 계속될 전망이다.

젊은이들이 왜 이태원으로 몰려들었을까. 풀어지지 않는 질문이 계속 맴돈다. 

과연 청년들이 이태원을 찾은 까닭은 대한민국 국가나 행정안전부와 경찰 측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2022 월드컵 경기로 송구영신 절기를 보내면서 어느덧 국민들의 마음에서 잊혀져 버린 것 같은 기우가 기웃거린다. 그날 청년들이 절규가 반추를 거듭하고 있다. 때로는 아픔을 잊고 살아가기도 하고 구태의연한 한낱 뉴스거리로 여기며 흘러 보내 버린 건 아니었는지. 

가슴에 불기둥 같은 뜨거움이 치솟는다. 왜 인재를 겪어내야만 겨우 모든 것이 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까.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비로소 높아지는 것일까. 왜 청년들이 하필 할로윈을 택해서 이태원에 모여들었을까. 이를 이해하려는, 이해해 보고 싶어하는 기성세대는 전무한 것일까. 다양성과 자유 상징인 이태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젊음 들의 목마름을 어른들은 알고 있었을까. 이토록 절박한 목마름을 해갈을 해줄 수 있는, 개성과 자유를 맘껏 표출할 수 있는 거침없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던 것을 일찍이 어른들이 마련해 주었어야 했다.

고단하고 번잡한 삶에 매달리느라 어른들은 가장 소중한 사실을 스치고 지나친 것이다. 인생은 유한한 존재인 것인데, 컴퓨터만 열면 세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젊은이들이 얼마나 목 말랐기에 같은 또래들이 모여들 것 같은 거리로 몰려나왔을까. 

세상은 출세를 위해 명문 교육을 지향하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혹사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학원을 전전하며 청소년 시절부터 쉼없이 학원가를 전전하느라 심신을 윤택하게 만져줄 음악이나 시 한 구절을, 제대로 된 독서조차 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기형적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음 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도 어른들이다. 명문에서 공부해야 돈 버는 기계로 인정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인성 교육은 성적을 넘어 정서까지 껴안아야 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길에 함께 해줄 동반자 격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가치 편향적 교육정책 자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살아가면서 세월이 흘러도 유가족들은 상실의 아픔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어느 평범한 시간 쯤에서 박탈당한 상실의 격렬한 통증은 결코 무딜 수 없는 날카로움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더 이상 곁에 없기에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비어버린 영역으로, 부재의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가족으로 여전히 언제까지나 함께 살아갈 것이다. 얼마나 보고싶고, 손을 잡고 싶고, 따뜻하게 포옹하고 싶을까. 곁에 두고 닿고싶은 본능의 근원은 무엇일까.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을 때는 무엇으로든 연결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자의식이 아닐까.

2001년 9월 11일 오전 8:14 세계 무역센터는 대혼란 속에 빠졌다. ‘마지막’을 직감한 희생자들은 가족, 부부에게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절박한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남은 사람들은 무언가에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붙들고 나누고 싶은 말들을 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NPR(National Public Radio)은 구식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했다. 

911 추모행사를 앞두고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에는 강 건너로 보이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서 있었던 그 곳을 바라보면서 보고싶고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음성메세지로 남기라고 “NPR’ 측은 구식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했다.  연결선이 끊어져 있는 전화임에도 저마다 붙들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 놓는다. ‘너무 너무 보고싶다’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 아이가 많이 자랐어요’ 목이 메어 말을 잊지 못하는 가슴 저리는 슬픈 메시지들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그 이후에 뒤따르는 어떠한 방안이든 위로의 방편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소망이 인다

많은 관계자들이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초래되지 않도록 국가 모든 시스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이태원 참사 그 이후는 영원한 미제로 남겨질지,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인지는 두고 지켜 보아야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태원 참사는 인재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꽃다운 삶을 접어버린 156명의 명복을 빌어 드리며 유가족 모든 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로도 대신할 순 없겠지만 따스함을 담은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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