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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수필 대상 - 나비의 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1-09 11:20:28

제7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수필 대상,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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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

 

 퍼팅을 하기 위해 올라선 그린 위로 하얗고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어 온다. 홀컵 주변을 날아다니던 나비는 이내 공 위에 앉는다. 날갯짓이 힘겨웠는지 마치 숨을 고르는 듯 공 위에 앉아 있는 나비는 마치 나를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 역시 퍼팅을 하지 않고 가만히 나비를 바라보고 있다.

 퇴근 무렵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회사에서 일찍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 초기의 아내는 병실에 누워 있었고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상황 파악 중이던 나를 담당 주치의가 따로 불러내어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고 한 가지 결정을 요구했다. “양수가 많이 부족하고 아기가 나오는 곳이 많이 벌어져 있어 수일 내로 아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아기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를 원하십니까?” 이 질문은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들렸다. 누가 이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원하지 않겠는가. 답이 정해져 있는 주치의의 질문에 그러겠다고 답을 하였고 주치의는 나의 사인까지 받고 떠났다.

아내는 침대 위에 꼼짝 못하고 정자세로 누워서 내게 말한다. 아직 23주밖에 안 되었지만 이대로 병원에서 불편하더라도 견뎌보겠다고. 아기의 건강한 출생을 위해 남은 17주를 침상에 누워 지내겠다는 것이다. 이틀을 침상에서 지내보니 버틸 수 있어 보였다. 힘들긴 하겠지만 17주라는 시간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3일째 되는 날 극심한 통증을 느끼던 아내는 결국 분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모든 상황이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스테인리스 운반 장비 위에 손바닥만 한 아기가 실려 나와 응급실로 들어갔다. 나의 적절한 사전판단이 있었기에 아기는 출생 직후 응급실로 가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출생을 기뻐할 틈도 없이 응급실에서 무탈하기를 바라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날 끝내 아기의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다.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심할 무렵 아기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조치 잘 받고 인큐베이터에 있습니다. 이후 수많은 어려운 검사들을 받아야 하는데 매번 부모의 허가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아기를 보기 위해 매일 병원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무거웠으나 잘 되리라는 기대를 안은 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병원을 찾았다. 그게 부모로서의 도리일 것 같았고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검사결과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성당에서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기 위해 출생신고도 하고 세례도 받았다. 이렇게 간절하다면 반드시 좋아지리라 믿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아기는 조금씩 커가는 게 느껴졌지만 아직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담당의사는 잠시 보자고 하더니 질문을 했다. “혹시라도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응급조치를 할까요?” 그는 또 다시 당연한 질문을 던졌고 나는 당연히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3주 가까이 매일 병원을 찾아 인큐베이터의 아기를 보았다. 주변의 다른 인큐베이터의 아기들은 잘 회복되어 집으로 갔지만, 우리 아기는 아직도 인큐베이터 안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수많은 주사바늘을 견뎌내며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보는 부모와 그 부모들의 부모는 모두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기사를 하나 읽었다. 너무 이르게 출산된 아기에 대한 희망을 함부로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기사에는 그렇게 기적적으로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들만 희망적으로 나오지만 막상 대부분은 아기가 커가면서 겪는 고통과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좌절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핑크빛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다는 내용의 기사도 많이 보였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막연하게 좋아지리라는 믿음은 그동안 내게 보내준 모든 말들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 주치의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덕적 책임감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의사들도 이미 포기하고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적 처치 단계를 밟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왔다. 주치의로부터 그네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듣고는, 아기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이 흘렀다. 이젠 정말 보내주어야 할 때가 왔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내의 생일날에 하늘나라로 간 것은 영원히 저를 잊지 말아달라는 뜻일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의 속뜻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그렇게 아기는 한 줌이 되어 나비동산이라는 곳에 뿌려졌다. 유난히도 눈부시게 맑은 날 그렇게 떠나갔다. 다 말라버린 것인지 더 이상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앉아 있던 나비는 힘껏 날아오르더니 그날처럼 눈부시게 맑은 하늘 위로 유유히 사라져버린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그리고 나를 잊고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 잠깐 날아왔나 보다. 나도 고맙다. 이해해줘서. 행복하렴.

 

 이준호
 이준호

약 력 

출생 : 1979년 5월 5일

학력 : 건국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직업 : 엔지니어 

거주 : 조지아 라그레인지

 

 

수상소감 :

 학창 시절부터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글로써 누군가에게 재미와 감동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는 마치 밀린 숙제처럼 항상 뒤로 미루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주최 측과 아직 많이 모자란 저의 글을 채택해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한 자식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연으로 만나 먼저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입니다. 당시 상황에서 나는 과연 올바르게 한 것일까 죄책감도 들었지만, 밝게 커가는 아들 녀석들을 보면서 과거의 아픔들은 점차 희미해져 같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작가로서의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며, 세상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글들을 많이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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