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새해 새 아침, 해맞이를 하느라 이른 새벽부터 일출을 기다렸다. 일기예보로 안개를 예측했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졌다. 해가 떠오를 때인데 천지간 안개만 자욱하다. 10시를 넘기고 거의 정오 무렵에야 안개가 걷히고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에 밝고 힘찬 새해 태양이 신비롭듯 중천에 솟았다. 나목가지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집안 가득 들어온 햇살로 마음이 출렁인다. 비가 잦았던 터에 안개까지 연신 찾아 드는 일기였는데 햇살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밝고 힘찬 새해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으로 가슴 벅찬 소망이 일렁인다.
지난 밤 자정을 기해 새해 새날이 열리는 신호탄으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꽃처럼 수려하고 찬란한 일들이 폭죽처럼 번져날 것이란 대망의 힘이 솟아난다. 새해가 열리는 새날, 묵은 해의 어둡고 우울했던 일들보다 더 밝고 힘찬 한 해가 열릴 것이라는 설렘이 유쾌하게 앞장선다. 묵은 해를 기억 저편으로 흘러 보내고 겸허하게 새해를 맞아들인다. 새해다. 꿈과 비전을 가지고 이루어내고 싶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는 푯대를 향하여 예우와 기림의 위대한 한 해로, 참되고 성실함으로 축복의 한 해로 이끌어 낼 수 있으리란 담력을 갖는다면 올바른 기치 아래서 마땅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하고 담대하게 한 해를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백을 담은 기운이 고무적 격려와 용기를 북돋우어 준다. 토끼해를 맞으며 한인사회와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과 우리의 고국, 전 세계에 전쟁과 테러, 기아와 질병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싶은데 아직 풀어내야 할 난제가 산재해 있다. 병들어 가는 지구도 모든 인류가 보살펴야 할 쟁점이다. 우리네 한인사회도 화합된 힘으로 미 주류사회에 높은 위상을 펼쳐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사다난, 우여곡절의 한 해를 떠나보냈다. 좋은 결과로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주는 가치 있는 일들로 자랑스러움을 보람 삼을 수 있었던 일들이며, 목청껏 애곡했던 일, 기쁨에 겨운 환성도 있었고, 감회 뉘우침, 반성도 있었다. 이 모두가 다시금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 세월이라 계절이 들어서는 것도, 떠나는 시기도 모두 제 마음이다.
삼라만상 흐름을 인정하고 세상 흐름의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균형 잡힌 처세에 집중해야 할 새해 새날이 들어선 시점이다. 고난의 길로 들어서게 되더라도 고난의 터널을 벗어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고난을 비켜섰다 싶으면 또 다른 좁은 길로 들어서기도 하는 것이 인생길이다. 세상만사 예외는 없음이다. 심지어는 사람마음 조차 구비구비 여울목을 만나기도하고 어쩔 수 없는 급류를 만나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인 것을, 해서 뛸 듯이 기뻐할 일도, 다시 없을 슬픔을 당한 것처럼 슬퍼할 것도 아니란 것이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바꾸면서 슬픈 이름들은 낡은 수첩에 남겨두고 오래도록 연이 이어지지 못한 이름들도 낡은 수첩에 남겨두기로 했다.
새해 일기장엔 따스한 햇살같은 웃음 담긴 맑은 색깔로 그려 가리라. 헐거워진 신발끈도 다시 고쳐 매고, 금이 간 접시 또한 미련없이 정리하리라. 흔들거리는 단추들도 새롭게 바느질을 해 두리라. 놀이터 시소처럼 내려가고, 올라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한 해 동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씀 붙들고 흐트러짐 없는 평정심을 지켜온 것처럼 새해에도 여실히 바른 걸음으로 지금 앞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지금 주어진 순간들을 잘 살아내며,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는 말을 잊지 않으며 늘 깨어있으려 한다.
세상에 한결같은 것은 없기에 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흘러가면 되는 것, 다행인 것은 인생살이 공식 인양 아무런 저항없이 삶을 조율해 주었던 떠나간 한 해가 고마울 뿐이다. 새해 벽두부터 한결같은 인내와 고요를 지켜내며 항시 지금에 충실하면서 더 많이 보고, 듣고, 경함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쓰는 일에도 남은 날을 계수하며, 마지막 열정을 기울이자고 다짐한다.
새로운 기류를 타고 다이내믹한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가능성과 벅찬 뭉클함이 새롭듯 다가온 새해를 관통했으면 하는 바램이 반짝인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한 웃음으로 복을 짓고 복을 받고 복을 나눌 새해가 기다리고 있다. 새해 새사람으로 더 많이 웃고 성숙한 기쁨을 누리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예감이 앞선다.
애틀랜타 우리 한인사회 각 가정마다 새해에는 뜻하는 바 모두를 이루시어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