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성탄 절기가 돌아오면 그 분위기가 오래 가기를 바램하면서 카드 준비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분주해진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절기가 끝나기 바쁘게 거리마다 캐롤이 울리기 시작하고 백화점은 화려한 장식들을 마련해놓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결에 송구영신 절기로 접어들었다.
노을이 잦아들 무렵 우리 마을 크리스마스 트리 구경을 나섰다 절정의 단풍이 낙엽으로, 낙엽은 가랑잎으로 겹겹이 포개지며 동고동락 겨울 바람에 쏠려 다닌다. 단풍은 절경이었지만 가랑잎으로 밀려다니는 구차스러움에 왠지 애잔한 정이 간다. 절기와 대조되는 풍광 또한 곤궁한 경이로움을 연출해내고 있다. 집집이 다른 운치와 격조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밝혀지는 정경이 아늑하고 듬쑥한 고요로 열리고 있다.
다시 오실 그 분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빛처럼. 어둑어둑 어스름이 잦아들자 불 빛으로 밝혀지는 오롯한 기다림처럼 화려하고 찬란한 빛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집집마다 창가에 자리잡은 현란한 트리 장식들이 더 할 수 없이 평화롭다. 정원 나무며 처마 장식도 형형색색 눈부신 기품으로 단정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다. 한결 같은 가늠의 규모와 멋스러움이 노곤한 밤 기운 탓인지 줄곧 설램으로 일렁인다. 마을 한 바퀴 유람으로 무념무상,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이 저며 든다. 온 몸이 하모니를 이루 듯 세레나데를 구가한다. 촛불처럼 새로운 불꽃을 일구어내는 경지를 맛본다. 구태여 이 멋진 흐름을 영육을 치유하는 힐링이라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이다. 시니어 아파트지만 소형 인조 트리가 세워지고 손수 뜨개질로 만든 소품 장식들이 조롱조롱 매달리고, 반짝 등이 켜지면서 은은한 향이 피어나듯 성탄 절기의 단아한 평화가 포근하게 온 집안 가득하니 채워진다.
평화와 사랑으로 오신 그 분을 기억하면서 먼저 마음의 촛불을 켜 두자.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곳으로 이 땅에 오신 그 분의 다시 오심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기다려진다. 어두운 세상을 빛으로 인도해 내시려, 어둠이 드리운 이 땅에 평화로 오시어 온 마을 마을에 빛을 밝혀 주시는 평강의 기다림이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빛나고 있다. 아기 예수 탄생은 인간 지혜나 이론,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하고 오묘한 불가사의한 신비다. 하나님께서 몸소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신 일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사건이다. 하늘 뜻이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길이 만들어진 예정된 사건이다. 기적이요 미스터리다. 이보다 더 큰 기이한 이적이나 초자연적인 심오한 신비는 있을 수 없음이다. 영원한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로 하여 세상에 빛으로 밝혀지고 그 부르심에 부응하는 걸음들이 늘어나고 다시 오실 주님을 함께 기다림 하는 세상이 이렇듯 눈물 겹게 아름다울 수 밖에 없음을 크리스마스 트리는 은은하게 발산해 내고있다.
내가 영접했고 받아들인 그 빛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기에 두려움이나 절망, 공포 가운데서도 우리를 편안한 안식으로 인도해 주시며, 인류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주시어 세상 끝날 까지 그 사랑이 이어질 것이다. 예수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보며 정결하고 신실한 믿음으로 경건한 성탄절 맞이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반짝이고 있다.
누구나 누리기를 소망하는 일상 행복이 사치스럽거나 호화롭고 거창한 데서 시작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포근하게 알려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기 시작하면 가장 소중한 믿음과 사랑 행복이 더더욱 도탑고 끈끈해 지고 다사로운 훈기로 가득해지는 성탄 절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설렘이 밀려든다. 사랑으로 다시 오실 그 분을 기다리는 믿음도 변함없이 설레고 정중 해진다. 하늘 영광과 땅의 평화로 오신 그 분을 기억하며 마음에 밝은 빛을 밝혀두고, 성탄을 맞이하는 축복의 시간들이 되어지기를 소망 드린다.
2018년 미국 뉴저지 주 초등학교 1학년에게 산타는 없다고 말해버린 보조 교사가 동심을 파괴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 유튜브를 일찍이 접한 아이들이 진실을 이미 알고 있을 터이지만 가정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성결한 행복을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절로 맞이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 드린다. 이리도 모질게 추운 십이월 끝자락에 성탄 절기가 없었더라면 그 무엇으로 시린 영육에 따스한 훈기가 전해질 수 있었을까. 기묘와 예정하심과 모사와 전능 하심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다시 오실 그 분은 이미 빛으로 오시어 어두운 세상을, 인류의 마음 마음을 환하게 열어 주시고, 비추어 주시고 계셨던 것을. 오 주여! 사랑의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기다림의 절정을 하늘 보좌를 향해 아룀으로 올려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