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꽃길 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기다리던 하얀 눈꽃이 소복소복 내려 쌓이는 것을 보니 참 반가웠다.
장독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살포시 손을 모아 입에 대어 눈 사탕처럼 먹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멍멍 개들은 신나게 이리 저리 뛰며 발자국 모양으로 눈 덮인 넓은 들판 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눈 꽃 위로 해가 비추어 빛나던 광경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쯤 고향 산과 온 마을은 하얀 눈으로 덮여 한 폭의 그림이 되어있겠지?
문득 고향의 모습과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내 가슴에 그리움과 알 수 없는 애달픔까지 밀려오며 간절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그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파트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이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이는 광경을 보니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가시어 진 듯하다.
세상도 꿈도 뭔지 모르고 주어진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순수한 시골 소녀,
겨울이면 쌀쌀하고 몰아치는 바람과 눈꽃으로 벗 삼고,
봄이면 뒷산 등선에 볼록 맺힌 진달래 봉우리를 마음에 담고,
여름이면 푸르른 자연과 아름다운 새 소리에 장단 맞춰 흥얼거리던 자그마한 소녀.
가을되면 찐한 흙 냄새 물씬 나는 누런 볏 속에 코를 박고, 휙휙 나는 메뚜기 잡느라 곤두박질 하기도 하며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순수하고 투박한 시골 소녀를 그리워 하던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첫눈에게 고마움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