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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감사하거나 미안해하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11-23 18:04:19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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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유년의 이웃은 가까운 친척만큼이나 이웃 간의 정이 두터웠다. 그리 유난한 음식이 아닌데도 음식 접시를 들고 심부름을 다녔던 기억이 아련하다. 돌아오는 접시 또한 따스한 정이 담겨진 훈훈한 접시로 돌아오곤 했다. 

이렇듯 주변에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서로 전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탓인지 무언가 도움이나 따뜻한 마음을 받는 일이 있으면 필히 고마움을 표현해야 것은 물론이려니와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책무감을 이행해야만 마음의 빚이 해소되는 느낌이 지금에까지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작은 정성에도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보면 감사를 주고 받는 시간들은 언제나 따뜻했기에 억지나 어떠한 과장도 깃들지 않은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진심으로 감사했을 때 내 삶이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감사는 거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진심을 다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큰 행복을 넘 볼 수 있는 여유를 누림할 수 있었으니까.

복도에서 우연히 몸이 부딪히는 일이 발생했을 때도 벌컥 화를 내는 것보다 굳이 잘못을 따지지 않으며 진심어린 미안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는 은연 중에라도 돋보이는 인품의 경지를 만난 것 같아 오래도록 마음에 남겨져 있음을 돌아보게 된다. 

주변에 내 곁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으며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삶 속에서 얼마나 필요 불가분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인지를 아는 사람, 감사하거나 미안해하는 마음들이 전이되면서 주변으로 편안함이 번져 나기를 바라는 고운 마음을 지닌 사람, 감사와 미안함을 지니는 마음은 언제나 경이롭고 주위를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기에 이런 모습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지고 싶다. 내 부모님께서 살아오신 모습대로 그 뒤를 따르는 여식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가야 할 터인데.

세모가 다가오면서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그 요인 중, 경제적인 문제보다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고해로 느껴진다는 하소연이 주류를 이룬다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어찌 보면 관계 불화에서 가해자는 부재 중이고 피해자들만 부지기수인 것 같다. 상대를 배려해주려는 사려깊은 세심함을 지닌 사람들이 전무한 것일까.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우발적 실수와 뜻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과 우연한 오류로 과실이 발생하지만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귀한 시대인 건 사실이다. 미안함을 전하는 순간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무너져버릴 것 같은 우려 때문일까. 그 쉬운 말 한마디가 목숨 만큼 귀한 것 인양 끝내 버티려 든다. 그럴수록 추한 치부만 드러날 뿐인데. 미안하다는 말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로 상대를 모함하거나 없는 사실까지 유포하며 자신 잘못을 아예 경감시키려 든다. 본질을 흐리는 화법으로 도리어 상대를 이랬다 저랬다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부연 설명이랍시고 주변을 포섭해서 끌어들이며 중언부언 본질을 흐리려는 화법을 줄기차게 구사해내는 비열한 재주꾼 본색이 드러나게 된다. 

솔직하게 미안하다 한마디면 충분한 것을. 치졸하게 행동할수록 부끄러운 민낯만 드러날 뿐, 실수와 오류는 씻겨지거나 없어지는 것도 아닌 것인데. 실수를 미안함을 인정할 줄 모르는 황당한 이중성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또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의 사과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마치 죄인 취급하듯 사과를 받는 자신이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흡사 자신 발 아래 있는 저급한 사람으로 서열화하려는 못된 심사가 팽배해 있다. 미안함을 시인할 줄 모르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겸손하게 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통상적인 반응 추태다. 세상이 추하고 무섭다.

다각적으로 관계의 이방을 바라볼 줄 아는 속깊고 유연한 열린 시각을 지닌 진솔한 미덕을 겸비한 지성인이 그립고 아쉽다. 상대를 배려하려는 예가 갖추어진 준비된 사람들에게서는 편안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귀하고 소중한 덕목이다. 이러한 덕목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존재하는 모든 관계는 더 없이 돈독해질 것이다. 고마움과 미안했던 기억들 속엔 그리움이 숨쉬고 있기 마련이라 그리운 것이 있는 사람은 마음을 모질게 갖지 못하는 법이다. 

감사하다거나 미안해하는 마음 표현이 사뭇 그리운 시대가 민망스럽다. 감사하거나 미안해하는 말은 언제나 따뜻함이 전이된다. 마치 필요한 사람, 쓸모있는 소중한 사람이 된 듯해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덩달아 감사해지고 관계가 더 없이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오게 된다. 

바라기는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음하며 비우고 내려놓는 가을 날이 되어주었으면. 칭찬에 게으르지 않으며 감사하거나 미안해하는 심성들이 서로 앞다툼하려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꿈꾸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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