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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감사로 익어가는 가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11-18 08:08:24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김정자(시인·수필가)

 

가가을 끝 무렵이 다가오면 해마다 감사 절기 앞에 서게 된다.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한 해 동안 얼마나 감사를 생각하며 느끼고 감명하며 살아왔던가 반추하게 된다. 잊고 살아가기도 하고 구태의연한 단어 쯤으로 여기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강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하루들 속에서도 몇 차례나 절대절명의 감사에 마음과 뜻을 다해 감사 했던가. 감사 인사를 받아야 했던 일이었는데 상대가 지나쳐버린 일에는 연연하며 섭섭했던 일로 쉬 잊혀지지 않는 반면 감사를 표했어야 할 상대에게 감사의 표현을 빠짐없이 가리지 않고 표현해왔던 가에 후회와 뉘우침이 있었던가. 수치심을 덜어보려 했거나 부끄러움을 덜어보려는 자숙 시간을 가져 보기는 했던가. 가을로 들어서면서 감사로 익어가는 가을로 만들어가자고 다짐했었는데. 매 순간, 사소한 일부터 비중이 크고 중요한 일들과 끊임 없이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 일상 속에서 하루 하루들에 떠밀리듯 세월에 맡기며 사느라 바빠 죽겠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지청구를 들을 수도 있음이다. ‘감사하며 살아가는 길이 축복의 길’이라는 권유 따위는 큰 실례를 저지르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가족을 등에 업고 앞가림하기에도 삶이 겨운 가장들에겐 한가한 노랫가락처럼 들릴 수도 있음이요, 직장과 가정에서 시간에 쫓기느라 삶에 더 이상 여유가 없다고 부르짖는 고단한 인생들에게는 일종의 사치로 들릴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사가 없는, 감사를 잃은, 감사가 결여된 인생은 적막한 사막을 걸어가는 것이다. 감사가 떠나버린 인생은 고장나버린 무능한 인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한번 뿐인 인생을 마냥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

태어나고 귀하게 양육받으며 꿈이 있는 인생을 설계해오지 않았던가. 인생이란 긴 여정을 살아내려면 감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구나 원하고 꿈꾸어 온 인생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늘 순탄하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의 지경은 그렇지 않은 때보다 더 넓어지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이다. 넘어지고 지쳐서 쉬어가고 싶을 때면 부모도 자식도 귀찮은 존재로 바뀌고, 의욕은 바닥에 뒹굴게 되고 관계의 단절도 결단하게 되는 지경을 수없이 겪으며 좌절의 굴레를 스스로에게 지우는 슬럼프를 수 없이 경험하면서 끝내 그 역경에 굴하지 않고 반전드라마를 써오지 않았던가. 무기력으로 소모돼 버려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다시금 툭툭 털고 일어선 것은, 여전히 감사할 일을 발견하게 되고 그 발견을 뒷받침해준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수십억 어머니들이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사랑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전투태세를 갖춘 것 마냥 밤과 낮의 경계가 없다. 아이들이 앓을 때는 밤을 지새우며 자식을 위해선 목숨도 아깝지 않은 아가페 사랑의 분신이 되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이어지지만 수고비는 절대로 지급되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누가 이런 비인간적인 과부화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가족을 위한 절대적 사랑이지만 항상 베풀어지고 있으매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이기적 본성을 지녔기에 무한대 사랑 앞에 쉽게 무너지고 만다. 아무런 조건도 값을 치르지 않고 무상으로 대가없이 주어지기 때문일 게다.

당연히 값을 치른 음식이든 일상용품이든 수고의 대가를 지불했기에 마땅한 것이 아닌, 이용할 수 있는 편리를 제공해준 감사가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해도 될 듯한 부담감 없는 감사들이 즐비해 있다. 자잘한 일상 용품들을 모두 손수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교통편 또한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지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올바른 감사의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음식을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수고로 준비해준 손길의 노고가 없었다면 아무리 두둑한주머니라 해도 시장기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 보수가 지불된다 하더라도 수고한 손길에 대해 감사하며 가벼운 인사라도 건넬 수 있었으면 좋을 터인데. ‘감사하게 잘 먹고 갑니다’ ‘기사 아저씨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마음을 나누다 보면 인사를 듣는 이들의 수고로움도 덜어질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융숭하게 적재적소에 표현할 줄 아는 멋스러움을 누릴 수 있는 때묻지 않은 맑은 사람으로 조용한 행복을 누리는 감사가 익어가는 계절에서 마냥 살고 싶다.

잃어버린 감사를 회복하며 간과하고 있었던 행복을 찾아내자고 주변을 추스르며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자고 삶을 향한 용기와 희망을 서로서로 부추기는 감사가 익어가는 절기다. 감사는 행복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어 인류를 구원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이지만 세상살이에 지쳐 원망 불평 같은 곱지 못한 감정을 몰아내고 소망과 영생으로 인도하며 아름답고 풍요로움으로 안내하는 광활한 행복이 가득한 은혜의 대지로 들어서게 되는 첩경이 되어줄 것이다. 감사는 시한 없이 끝없이 붙들고 가야하는 생명줄이다. 감사로 익어 가는 이 가을 날에 행복해하며 행복을 전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절로 삼아보자.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가을 멋쟁이로 가는 길은 감미롭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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