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전 숙명여대미주 총동문회장)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 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으셨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시인 참좋은 당신)
어느 날 돌산 산책을 하는 날, 우리 애국가가 돌산에 울려 퍼졌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종탑 쪽으로 걸어갔더니 750개의 파이프 올갠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 애국가가 산을 보듬고 울려 퍼졌다. 스톤마운틴의 자랑 음악홀에서 ‘플로렌스 메이블’이 애국가를 연주 하시는게 아닌가… 연주가 끝나기까지 바위 사이 앉아 남부 여인의 옷차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드레스에 모자까지 핑크 빛 장미를 꽂고 한 여인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시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연주가 끝나자 “훌륭한 연주 였어요”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우리나라 ‘애국가’ 찾아 연주 하시느냐 묻자 손녀 딸이 한국 태권도장에서 가져왔는데 북한 애국가도 있어요… 하신게 아닌가. 몇 년 전 태권도장에서 북한 태권도 어린이를 아틀란타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내 생전 처음 들어본 북한 애국가였다.
산 그림자 드리우는 돌산 아래 맺어진 40년이 넘는 우리 우정은 연주가 끝나면 지하실 그녀의 찻집에서 정다운 대화로 꽃을 피웠다. 어느 날 산을 찾아갔더니 그녀의 연주홀엔 노오란 조화가 걸리고 연주홀이 텅 비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사랑한다’ 글귀를 남겼고 플로렌스 메이블 연주홀은 텅빈 바람만 그리움에 목이 메었다. 그후 나는 ‘코아 라이프’ 표지 인물로 ‘플로렌스 메이블’을 소개한 적이 있다. 40년을 음악에 불태우신 위대한 영혼 ‘플로렌스 메이블’ 여사 그 위대한 영혼을 내 가슴 깊이 묻어두고 싶다. 한 영혼이 떠난 이제, 그 자리 지금 여기엔 그녀의 혼이 남기고 간 수많은 축복의 메아리가 참사랑을 찾아 산메아리되어 흐르고 강가에 흩어진 낙엽들이 그윽한 산자락이 사랑 찾아 길 떠난다. 코빗 이후 산 모습도 달라지고 돈이 될 만한 곳만 사람들이 서성일뿐 왠지 모를 고독이 빈 음악홀을 서성인다. 이기로 점철된 결핍의 사랑, 사랑은 가고 풍요속의 빈곤, 사랑의 가치는 물질속에 진실과 창조, 참사랑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뜨거운 눈물도, 사랑의 감격도 없는 사랑 마저도 영혼 없이 떠도는 어느 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만나면 언제나 우리 가곡을 연주해 주시고 그 지하 찻집에는 언제나 한국 차들을 즐겨 마시던 텅빈 그자리 ‘이젠 참 좋은 당신은 가셨습니다.
끼욱!
산새가 울고
저믄 날 돌산 기슭 맴돌고
숨어 핀 들꽃들이 합창하며 눈물 뿌린 길
정말 참 좋은 당신은 가셨습니까.
텅빈 음악홀
주인 잃은 피아노 건반위로 길 떠난
낙엽만 목메인 그리움
당신을 사랑합니다.
740개의 파이프 올랜
하늘과 땅 사이 울려퍼진
영혼의 울음뜨거운 통곡의 눈물 되어 흐르고
인간에게 베푸 셨던 그 넉넉한 영혼의 메아리
아! 멋진 인간들이여 --
이제 뜨거운 눈물도 씻고 고뇌하는 영혼도 없이
기뻐하고, 기뻐하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리라,
이제,우리가 그를 기다렸으니 , --
주께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머리에 바르시리라
기쁨의 내 잔이 넘치 나이다.
참 좋은 당신은 영혼의 꽃바람 되어
다시 살아 오십시요.
세월은 가고, 예술은 남아
어질고, 좋으신 푸른 눈의 여인
당신은 영원한 아베 마리아! ( 시, 23편, 시 김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