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불어라 바람아·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가을이 되면 우리 고등학교 교정은 꿈 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그려내듯 나무 마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가득하다
담벼락 따라 코스모스는 실바람에 흔들리며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가을 교향곡을 연주한다
가을이 짙어가는 어느 토요일,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고 스산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니
떨어지는 낙엽 따라 흔들리는 내 마음이 쓸쓸하고 텅 빈 듯 공허하다.
친구와 학교 교정을 거닐었다. 바람 따라 날아가던 한 잎 낙옆이 내 발등에 살짝 내려 앉는다.
“곱게 물들인 예쁜 옷 입고 어디 가는 거야?”
대답 없는 낙옆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눈가에 이슬이 고인다
혼자 중얼거린다 “시몬 너는 들리니 이 낙엽이 속삭이는 소리가? 난 가을이 오면 괜시리 슬퍼”
친구의 새끼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흔들면서 다가오는 바람에 낙엽을 띄워 보내며 고개를 든다
친구의 새끼 손가락은 어디 가고 지나가던 선생님의 손가락을 붙잡고 있다. 화들짝 놀라 두리번 거리니 친구는 저 멀리 코스모스 앞에서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혼자 중얼거리며 이야기하는 내 옆에 멈춰 서 있다가 새끼 손가락을 붙잡힌 것이니
쿵 쿵 가슴속이 방망이질을 한다. 이 소리를 몰래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듣지 않았을까?
귓볼까지 온통 붉게 물든 얼굴 들킬까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