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박항선(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가을은
유난히 추억과 닮아 있는 것
마음 한구석 남아있는
그리움을 더듬어 내
따끈한 차 한 잔 안에 붓고
스산한 가을 공기를 타서
아침 창가에 서는 것
가을은
묻어둔 기억 조각을 꺼내보는 것
간간히 나오는 미소위에
아려오는 가슴 아픔을 끼워
그리움으로 비워진 공간을
꾸역꾸역 채우는 것
가을은
먼 이야기된 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
머릿속에 수없이 써왔던 사연들을
낙엽 태우는 냄새와 함께
뒤뜰 그네에 홀로 앉아
가만히 회상에 젖는 것
가을은
별거 아닌 것도
왠지 소곤거려 지는 것
아스라이 불어오는
늦은 가을바람에게만
너에게만 이라며
살짝 들려주는 것
가을은 그렇게
매운 연기에 흘리는 눈물 같은 것
떨어지는 낙엽들 주워
고운 사연 빼곡이 채워
가슴속 두꺼운 마음 갈피에
차곡차곡 끼워 두는 것
박항선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5회 애틀랜타 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